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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초한지' 모가비역 팔색조 연기 김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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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초한지' 모가비역 팔색조 연기 김서형

입력
2012.03.1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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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38)이 모가비 역할을 잘 맡았다기보다는 모가비라는 캐릭터가 배우 김서형을 만나면서 날개를 달았다는 편이 맞겠다. 13일 종영한 SBS '샐러리맨 초한지'는 이범수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정려원의 거친 연기로 초반을 이끌어가다 중반 이후부터 새로운 다크호스를 부각했다. 김서형은 발톱을 감춘 매처럼 천하그룹 회장 진시황(이덕화)의 비서실장으로 수족 노릇을 하다 마침내 살인을 저지르고 회장 자리를 꿰차는 욕망의 화신, 그런 자신을 주체하지 못해 파멸하는 다면적인 인물이다. 모가비가 본격적인 악역이 되면서 '초한지'는 월화극 1위 자리를 굳혔고, 20%를 넘는 시청률로 기분 좋게 전력 질주했다.

15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김서형은 "멋있는 역할이라는 말만 듣고 출연하게 됐다"며, "이덕화 선배를 죽이고, 회장 자리까지 오르는 반전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감정이 최고조였던 장면이라 한 사나흘 몸이 안 좋을 정도로 에너지도 소진되고 마음의 동요도 컸어요. 그래도 한편 '아 이제 내가 할 거는 다 했구나' 하고 홀가분한 마음도 들었죠." 극중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혹 전작 '아내의 유혹'과 겹쳐 보일까 봐 염려했다는 그는 "워낙 다면적인 캐릭터라 스스로는 '아니야'라고 되뇌었지만 주변에 '신애리('아내의 유혹'의 악녀) 빙의처럼 안보이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차가운 도시 여자 같은 외모에 솔직하고 활달한 화법을 구사하는 그에게서 모가비가 언뜻언뜻 비치기도 했다. "내 거라는 생각이 들면 목숨 거는 스타일이에요. 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난 모가비야'라고 다짐하죠. '그렇게 몰리면 그럴 수도 있잖아' 감정 이입도 하고. 물론 '죄 짓고는 못 산다'는 점은 확실히 느꼈죠(웃음). 상황이 조여 오는데 속은 타 들어가고."

모가비는 누구보다 야심가로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세 보이는 여자는 악녀로 그려지는 우리 정서에서 연이어 강한 역할만 맡은 그에게 다른 욕심은 없을까. "악역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의도한 바도 있지만 상황과 욕망이 자꾸 모가비를 극으로 몰고 간 거죠. 그렇게 소리를 지르거나 미친 연기까지 할 거라곤 생각 안 했지만(웃음). 팔색조 같은 역할인데 연기자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죠."

1994년 KBS 공채 탤런트에 합격해 벌써 연기 경력이 20년 가깝지만 "데뷔만 일찍 했지 연기를 안 지는 불과 10년쯤"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할수록 어렵지만 뒤늦게 연기 맛을 알아가는 게 너무 좋다"는 그는 출연작들이 시청률이 높아 뿌듯하다고 했다. "작가 선생님이 '서형이 캐스팅했으니 시청률 잘나오겠지'고 그러셨다는데 그런 말 들으면 기분이 무척 좋죠. 믿어주신다는 거니깐. 주변에서 연기가 깊어졌다며 괜히 나이 드는 게 아닌가보다 할 때도요."

차기작으로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를린' 외에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그에게 문득 멜로 드라마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숙한 아름다움이 빛나는 배우 이미숙과 닮았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는 김서형 역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좋죠. 멜로 하고 싶죠. 연하랑." 그의 얼굴에서 슬픔의 깊이를 잴 새도 없이 바로 발랄하게 응수한다. "그간 정장을 벗을 기회가 없었다"는 그는 "제발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을 수 있는 역할 좀 해봤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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