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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화가 이숙자 '색채 여정'展/ 푸르른 이삭이 춤춘다…통통한 낟알이 생명력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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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화가 이숙자 '색채 여정'展/ 푸르른 이삭이 춤춘다…통통한 낟알이 생명력 뽐낸다

입력
2012.03.1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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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파릇한 청맥과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색 보리밭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한쪽엔 보리밭에 나신을 드러낸 채 관람객을 바라보는 여성의 그림도 눈길을 끈다. 지난 40여 년간 한국적 정서를 보리밭에 투영해온 이숙자(70)씨의 개인전 '색채 여정'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내달 1일까지 열린다.

농촌의 풍경과 재래시장통, 그리고 우시장까지 줄곧 한국적 정서를 화폭에 담아온 그는 1970년대 후반 우연히 마주한 보리밭의 풍광에 흠뻑 빠졌다. 보리밭에서 포착한 것은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초봄, 단단한 대지를 뚫고 싹을 틔우는 강한 생명력이다.

"보리밭은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그는 처음엔 파릇한 보리밭의 색채에 마음을 빼앗겼고, 점차 볼록한 보리 낟알, 가느다란 보리 수염에 눈길이 갔다고 한다. "언젠가 보니 드넓은 대지와 그 아래 뿌리박은 줄기가 마음에 와 닿더군요. 매료되는 부분에 집중해서 그리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흘렀네요."

그의 그림은 가까이 다가가 봐야 한다. 멀리서 보면 전체적인 인상만 담은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보리 알갱이 한 알, 보일 듯 말 듯한 수염 수만 개가 섬세한 붓질로 하나하나 살아 있다. 힘차게 흙을 뚫고 올라온 줄기 역시 모양과 색깔이 제각각이다.

'색채 여정'이라는 전시 제목이 알려주듯 그의 보리밭은 색채로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상파 화가들이 햇살이 반사된 풍광을 그리기 위해 점을 찍듯 빛을 표현한 것처럼, 그는 암채를 사용해 태양 아래 반짝이는 초록색을 그린다. 산호나 비치, 에메랄드로 만든 천연 암채와 유리에 색을 넣어 빻은 인공 암채를 1980년대부터 사용했다.

"암채는 아무리 잘게 빻아도 뾰족한 각이 있어서 빛을 반사합니다. 투명하고 채도가 높은 보리의 초록색은 아크릴 물감으로는 표현하기 어렵더군요. 자연의 색에 가장 가까운 것이 암채가 아닐까 싶어요."

최근 그는 보리밭과 여성 누드를 결합한 '이브의 보리밭' 시리즈를 작업해오고 있다. 여체의 관능미와 보리의 생명력, 생생한 색채를 결합해 한국 자연주의 문학의 에로티시즘을 화폭에 구현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초기작부터 올해 초 완성한 작품까지 회화 40여 점과 크로키 30여 점이 걸린다. (02)720-1020

이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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