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북한이 광명성3호 위성발사계획 발표에 앞서 뉴욕채널을 통해 발표 사실을 미리 알려왔다고 밝혔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15일 오후 늦게 뉴욕채널이 가동됐으며 미국은 위성 발사가 지닌 의미를 분명히 전달했다"면서 "이후 수시간 뒤 북한이 성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사전통보는 나름대로 미국을 배려한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눌런드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 발표에 즉각 대응하길 원했다"며 "5시간 넘게 날이 밝기를 기다려 16일 새벽 4시 성명을 발표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북한에 대한 실망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위성 발사가 유엔 결의는 물론 북미 합의 위반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 주장처럼 위성을 발사하려면 미사일 기술의 사용이 필요하며, 이는 유엔안보리 결의 1874호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란 판단이다. 또한 미 정부는 2ㆍ29 북미합의에서 어떤 위성 발사도 합의 파기란 점을 명확히 규정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미 정부는 영양(식량)지원이 위성발사와는 별개 문제지만, 서로 연계시킬 뜻을 재차 밝혔다. 북한이 북미합의를 어긴다면 영양지원 조건인 분배과정 모니터에 대한 약속의 신뢰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영양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눌런드 대변인은 "위성 발사를 강행한다면 북한의 말을 더는 믿을 수 없게 되고, 끊임없이 국제 규범을 어기는 정권과 어떻게 영양지원을 진전시킬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호하고 긴박한 미국 정부의 태도에는 북미합의 이후 17일만에 나온 북한의 행태에 난감해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국무부 성명이 발표된 시각, 글렌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관련국들과 새벽 논의를 진행한 것도 마찬가지다. 영양지원을 매개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중단하는 내용의 북미합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북한이 오바마 정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단호한 대응 외에 방안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만 확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앞서 13일자 사설에서 "같은 말을 두 번 사고 싶지 않다"는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해 "왜 또 말을 사려느냐"고 북미합의를 비판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대한 기대를 아직 포기하지 않은 모습이다. 눌런드 대변인은 북미합의가 순진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북한이 (위성을) 실제 발사한 것은 아니다"며 위성발사 취소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크게 우려하고 있지만 아직 북미합의는 유효하다'는 게 미국 정부 입장이란 사실도 부인하지 않았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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