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재판은 지○○군의 인생에 중요한 순간입니다. 또 사회에도 의미가 있는 재판이에요. 하고 싶은 말이 많을 텐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요청을 하세요."
19일 낮 12시15분 서울 동부지방법원 제1호 법정. 교복 차림으로 수갑을 찬 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고교생 지모(19)군은 형사11부 윤종구 부장판사의 당부에 떨리는 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지난해 3월 성적 압박을 견디다 못해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8개월간 방치한 엽기적 범죄로 구속 기소된 지군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자리에서다. 배심원단은 선정된 후보 중 검사, 변호인 등 질의를 거쳐 재판에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로 최종 12인이 선택됐다.
지군의 범죄혐의가 명백한 데도 변호인 측이 이례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것은 모친의 학대를 받았다는 범행동기와 당시의 정신상태 등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존속살인은 사형, 무기 혹은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중대 범죄라는 검찰의 공소제기에 대해 변호인 측은 지군의 범죄혐의를 인정하면서도 3가지 이유를 들어 형량 감경을 주장했다. ▦소년법 적용을 받는 만 19세 미만이며 ▦야구방망이, 홍두깨 심지어 골프채 등으로 체벌을 받고 밥을 먹이지 않거나 잠을 재우지 않는 환경에서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느꼈고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심신미약이라는 변호인 측 주장에 대해 "전문가 소견을 토대로 판단하면 피고인은 사건 당시 심신미약 상태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지군이 주장한 어머니의 가혹행위에 대해서도 2, 3학년 담임교사 등 일부 증인들은 "지군으로부터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지군은 재판 내내 눈이 충혈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첫 증인으로 나선 지군의 이모는 증언 도중 "10년 넘게 연락이 끊겼던 언니와 지난해 어렵게 연락이 닿았는데 이런 끔찍한 일이 있었다"며 울먹일 때는 흐르는 눈물을 연신 휴지로 닦기도 했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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