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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난 고리원전 비상발전기 '현재 먹통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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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난 고리원전 비상발전기 '현재 먹통 상태'

입력
2012.03.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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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전력공급 중단 사고 당시 작동되지 않았던 비상디젤발전기가 현재도 가동 불능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원인 및 은폐 경위를 조사 중인 원자력안전위원회(안전위)는 16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문제가 된 비상디젤발전기에 대해 15일 성능시험을 실시한 결과, 비상발전기의 기동을 위해 공기를 공급하는 솔레노이드밸브의 고장으로 가동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상디젤발전기는 원전 1기당 2대씩 설치돼 있는데, 사고 당시 1대(A)는 정비를 위해 차단해둔 상태였고 외부 전원 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나머지 1대(B)가 작동되지 않는 바람에 12분간의 '블랙아웃'(완전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비상디젤발전기는 현장에 상주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주재원의 입회 하에 한달 한 번 정기점검을 하도록 돼있다. 문제가 된 비상발전기 B는 사고 이후인 지난달 16~23일 성능시험에서는 정상 작동된 것으로 보고됐다. 사고 당시 먹통이었다가 정상 작동되던 비상발전기가 한 달도 못돼 또다시 가동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KINS 관계자는 "비상디젤발전기 성능시험에서 정상 작동이 되지 않는 실패율은 통상 3~5% 정도"라면서 "작동이 되지 않을 경우 발전기를 모두 분해에 정비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리원전 측이 사고 사실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분해 정비 수칙을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은폐 사실이 밝혀져 총체적인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또다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고리 1호기는 예방정비를 마치고 이달 4일부터 재가동됐는데, 안전위가 12일 가동을 정지시키기까지 8일간 문제가 된 비상디젤발전기 B가 고장 난 채로 원전이 운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2007년 설계수명이 다한 고리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면서 부품들을 거의 다 교체했다고 밝혔지만, 비상디젤발전기는 "성능에 문제가 없다"며 바꾸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수원 측이 경제성 논리만 앞세워 노후 발전기를 교체하지 않은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올 11월 설계수명(30년)이 끝나는 경주 월성 1호기를 비롯한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전위는 사고 은폐 경위와 관련해 "현재까지 조사 결과 문병위 당시 발전소장까지만 사건 내용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당시 현장 근무자, 발전소장, 본부장 및 한수원 본사 간부진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계속 조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전위는 이어 "현재 고리 1호기는 조사와 점검을 위해 원자로가 정지된 상태이며 모든 외부전원이 연결돼 원자로의 냉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관계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전위는 또 ▦원전 현장 종사자의 오류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문화 강화 ▦비상디젤발전기 등 전력계통의 안전성 강화 ▦원전 정지시에도 안전상황을 24시간 상시 감시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 종합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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