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진핑, 보시라이와 선 긋기 나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진핑, 보시라이와 선 긋기 나서

입력
2012.03.16 17:34
0 0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공산당 간부의 '순결성'을 주문하는 장문의 기고를 당 기관지에 발표했다. 순결성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반부패 운동을 외칠 때 당 간부의 자기 비판과 겸손한 자세를 강조하며 썼던 용어다. 실제로 시 부주석은 이 글에서 후 주석의 발언을 다섯 차례나 인용했다. 이를 놓고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 서기의 낙마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 시 부주석이 후 주석에게 바짝 엎드리는 모양새를 보임으로써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부주석은 16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발간하는 잡지 '치우스(求是)'에 "제18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리는 올해는 복잡하게 전개되는 국내ㆍ외 환경 속에서도 온중구진(안정 속에 성장을 추구한다)을 실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이를 위해 후 주석이 최근 밝힌 대로 당의 순결성을 담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당의 순결성을 사상, 정치, 조직, 기풍 방면에서 모두 실현해야 한다"며 "순결성을 사상 방면에서 실현하는 것은 실사구시를 견지하고 반 마르크스주의의 침투를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 방면의 순결성 실현은 경제 건설과 개혁ㆍ개방을 중심으로 삼는다는 당의 방침을 견지하고, 이에 반하는 일체의 착오적 경향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보 전 서기를 비롯한 극좌파가 성장보다 분배에 초점을 맞추며 민중을 선동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순결성을 조직 방면에서 체현하는 것은 간부들이 당의 민주집중제 원칙을 관철하고 당의 단결과 통일을 유지하며 일체의 분열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 전 서기의 튀는 행보가 중국 지도부에 어떻게 비쳤을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순결성의 기풍 방면에 대해서는 "당원과 간부는 항상 스스로 반성하고 겸손하게 근신하며 교만하거나 조급해서는 안 된다"며 "권한을 이용해 사리를 채우는 일, 속임수를 쓰면서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일, 사치스러움을 추구하는 일도 거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보 전 서기가 측근인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부시장의 미국 망명 시도에 반성은커녕 자신과 무관하다며 건재를 과시하려 한 것이 역효과를 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 부주석은 "중국 공산당은 노동자계급의 선봉대이면서 인민과 중화 민족의 선봉대"라며 "전심전력으로 인민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데도 몇몇 당 간부는 민중과 단절되고 부패에 물들어 당의 순결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글은 성격상 태자당(太子黨ㆍ혁명 원로 및 고위간부 집안출신)인 시 부주석이 같은 태자당 소속인 보 전 서기를 질책하며 오히려 반대파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을 이끌고 있는 후 주석의 지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고는 1일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춘계 개학식 당시 그의 강연을 정리한 것이지만 보 전 서기의 낙마 발표 하루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시 부주석으로선 보 전 서기의 파장이 자신에게까지 미치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미래의 권력이 현재의 권력에 고개를 숙인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