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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영국인 런던올림픽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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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영국인 런던올림픽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2.03.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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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을 4개월여 앞둔 영국에서 '만들어진 영국인'(Plastic Brits)을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다고 영 일간 가디언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만들어진 영국인이란 영국으로 귀화한 선수를 뜻하는데 다분히 비하 하는 뉘앙스가 짙게 묻어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 언론들과 네티즌들의 반응도 이들을 용병으로 폄하하고 있다.

가디언은 그러면서 티파니 포터(30), 야밀레 알다마(40), 필립 힌데스(20)의 귀화 사연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 미시간주에서 태어난 포터는 여자 100m 허들이 주종목이다. 미국 주니어대표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꿈꿨지만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영국으로 국적을 갈아탔다.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포터는 미국과 영국 국적을 모두 갖고 있어 엄격한 의미에서 국적 변동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는 실제 "나는 미국 영국 나이지리아 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포터는 영국에 귀화한 이듬해 15년 묵은 영국 여자 허들 기록을 갈아치워 단숨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특히 열흘 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실내육상선수권 60m허들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이에 비해 알다마의 귀화스토리는 한편의 드라마다. 쿠바 하바나에서 태어난 알다마는 여자 높이뛰기와 5종 경기로 육상과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1994년부터 세단뛰기로 전향해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출전자격을 따냈으나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이듬해 세계실내선수권 결선에 올랐으나 6위에 그쳤고, 99년 스페인 세비야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4위에 그친 알다마는 2001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TV프로듀서와 결혼, 영국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영국인으로서 제2의 삶을 시작하자마자 남편이 마약 운반혐의로 15년형을 선고 받아 의지할 곳을 잃어버렸다. 알다마는 영국에 거주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여권을 취득하기 위해선 영국에서 3년을 거주해야 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2004년 1월 그의 여권신청을 반려한 뒤 11월 이전까지 영국을 떠나라고 통보했다. 이에 알다마의 진가를 간파한 스페인 이탈리아 체코에서 귀화제의가 있었지만 그는 아프리카 수단을 택했다. 수단인으로서 알다마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5위, 같은 해 부다페스트 실내선수권 2위, 2006년 모스크바 실내선수권 3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결선에 진출하는 등 끊임없이 메달권을 위협했다. '대어'를 몰라본 실수를 뒤늦게 깨달은 영국정부는 2010년 알다마가 그토록 원하던 국적을 안겼다. 여권을 신청한지 10년, 반 강제로 추방 당한지 7년만의 귀환이었다. 알다마는 지난해 39세의 나이로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가슴에 달고 대구 세계선수권에서 5위, 이스탄불 실내육상선수권 세단뛰기에서 감격의 금메달을 따냈다. 이는 역대 두 번째 고령자 챔피언이었다. 알다마는 특히 런던올림픽 영국 육상대표팀 주장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편 스프린터 사이클 선수인 힌데스는 18세까지 독일 국적을 유지했다. 아버지가 영국인이었지만 당시까지 힌데스는 영어 한 마디 할 줄 모르는 독일인이었다. 독일국적으로 2010년 세계 주니어선수권에 출전했지만 대회가 끝난 직후 영국으로 귀화해 올림픽 사이클 아카데미 프로그램에 가입했다. 행운은 일찍 찾아왔다. 2002년, 2006년 커먼웰스(영 연방국가들의 올림픽)대회 금메달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에드가 로즈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하자 대타로 국가대표에 뽑힌 것이다. 힌데스의 첫 시험대는 내달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세계 사이클선수권. 그는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큰 걸음을 내딛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14일 스위스 로잔에서 폐막된 IOC 집행이사회에서 국적을 바꿔 올림픽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로게 위원장은 "선수들이 금전적인 유혹으로 국적을 갈아타는 것이 꺼림직 하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로게는 그러나 "운동 시설이 부족해 선진국으로 국적을 옮기는 것은 수긍할 수 있지만 그런 선택을 한 선수들은 양심상 매우 괴로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게는 이어 "결혼과 학업 취업 등으로 인한 국적변동은 합법적이지만 나는 솔직히 그런 방법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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