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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이런 식의 공천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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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이런 식의 공천 왜 하나

입력
2012.03.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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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ㆍ29 민주화 선언으로 자리잡은 대통령 직선제 체제하에서 올 연말 6번째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또 대선을 8개월 가량 앞둔 다음달에는 7번째 총선이 있다. 이번 총선 결과로 대선의 향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기에, 이 거대한 드라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뜨겁다고 본다. 지금 이뤄지고 있는 여야의 공천도 총선의 전초전 성격인 만큼 많은 이들이 주시하고 있는 건 당연하다.

직선제 체제 전환 이후 우리 정치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른바 ‘3김 정치의 종말’이 그 중 하나다. ‘보스 정치’의 아이콘이던 3김의 국회 장악력은 15,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쇠퇴하기 시작해 17, 18대 국회에서는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은 그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현재 각 당에서 하고 있는 공천도 사실상 이들의 퇴장과 함께 가동된 장치라고 봐야 한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을 중심으로 당을 이루고 정치를 한 만큼 지금처럼 공천심사위원회 같은 조직은 당시에 필요치 않았다. ‘두목’을 중심으로 소수의 실력자들이 밀실에서 다 결정했다. 국민들은 그게 당연한 일이고, 그게 정치인 줄 알았다.

패거리 정치, 밀실 정치를 일삼던 이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면서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한국정치는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4ㆍ11 총선을 앞두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야의 공천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 같은 바람은 무색할 지경이다. 정당이 정치를 함에 있어서 비민주적 작태는 여전하고 위헌적 요소들은 가득하다.

최근 공천 받은 몇몇 후보의 경우 역사인식 등이 일반국민과 동떨어졌다는 이유로 새누리당은 뒤늦게 이들의 공천을 취소하는 일이 있었다. 처음부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공천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사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게 그들의 변인데, 특정 실력자가 계파 챙기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 그러고 보면 ‘공천 학살’주장도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 다퉈 쇄신 공천과 공천 혁신을 외치던 그들이어서 더욱 가증스럽다.

지금과 같은 공천 행태는 헌법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헌법 8조에는 정당은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수렴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어떤 정당도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수렴해 공천을 진행한 곳이 없다. 지역구의 유권자가 그들의 눈높이에서 직접 선택해야 하지만, 몇몇 실세들이 뽑은 국회의원후보 공천심사위원들이 신청자들을 면접해 후보를 추려냈다. 과연 이것이 합당한 방법인가.

국회(國會)는 국민대표자회의(國民代表者會議)의 준말이다. 의원(議員)의 ‘議’는 말(言)을 바르게(義)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국민대표자로서 올바른 말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자율권(헌법 46조)도 보장 받는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의원들은 당으로부터 당론을 강요 받고 있다. 꼼짝없이 따라야 한다. 국회라는 곳이 여야가 싸우고 그 과정을 통해 대통령의 자리를 차지하는 정권 쟁탈전의 공개된 싸움터임을 감안하면, 국회의원은 정당의 용병, 전사, 병졸이나 다름없다. 국회와 국회의원이 이런 개념으로 작동하고 있으니 ‘정당이 당이라는 간판을 끌어 안고 후보 공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이상하지 않다.

현실이 이러하니 정당이 자신의 용병을 하나 더 뽑을 수 있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건 당연하다. 최근 의석 수를 299석에서 300개로 늘린 대목은 한편의 희극이다. 줄여야 할 판에 늘렸으니 이들에게서 쇄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고, 3김 시대의 종말을 즈음해 가졌던 바람은 아직도 한낱 꿈에 불과하다. 쇄신은 공천권을 지역 국민들에게 넘기는 것에서 시작된다.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공천으로 당선된 의원들이어야만 국회의원 이름에 걸맞게, 양심적으로 집무를 볼 수 있다. 금배지 달고 정당의 용병이 되어 거들먹거릴 의원들이 얼마나 생산될지 지켜볼 것이다.

박찬종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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