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이윤은 소비자가 낸 것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공헌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기업도 이런 공헌활동을 통해 기업 이미지가 좋아진다…. 연예인들이 기부활동을 하는 것 역시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한다는 점에서 이와 비슷하다."
저명한 사회운동가나 논리정연한 경제학자의 주장이 아니다. 인기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 수지가 한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SNS가 넓힌 연예인 자선 활동 범위
연예인들의 자선 활동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특정 단체나 불우 이웃에 재산을 기부하는 방식은 옛 말이다. 홍보대사로 임명돼 얼굴마담 역할만 하던 형식적인 사회활동도 구식이 됐다. 당당히 사회적 발언을 하며 자선 활동에 나서거나 팬들과 함께 이웃 돕기 운동을 펼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가수 이효리는 최근 유기견 입양을 독려하는 사진전을 서울 소공동 한 백화점에서 열었다. 자신이 지난해 입양한 유기견 순심이와 보내며 찍은 흑백사진 31점을 전시했다. 유기견에 대한 이효리의 사회적 인식을 보여준 행사였다. 동물보호운동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효리는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모피를 다 팔아 생긴 돈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채식주의자라고 밝힌 것도 화제였다.
연예인들의 자선 활동이 사회운동으로 진화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차인표가 주도해 최근 열린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콘서트에는 다수의 연예인들이 참여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이주노동자를 위한 음반을 냈던 노영심은 곧 이주노동자 무료 진료 시설을 위한 모금 운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연예인들의 다양한 사회 참여 움직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지금까지 연예인들이 자선 활동을 하며 가장 신경 쓴 것은 대중들의 편견 어린 시선이었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자선활동을 한다"는 대중의 선입견 때문에 선행을 베풀면서도 이를 숨기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SNS 등의 영향으로 사실상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낱낱이 공개되는 상황. 아예 사회활동을 않는다면 모를까 할 바에는 공개적으로 소신껏 하자는 풍토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가인, 황우슬혜 등이 소속된 제이원플러스엔터테인먼트의 김효진 대표는 "예전엔 연예인들이 암암리에 자선활동을 했다면 요즘엔 SNS를 통해 용기를 얻고 팬들과 공개적으로 자선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색 띄는 활동엔 여전히 수동적
연예인들의 자선 활동에 대해 대중이 여전히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연예계에서는 "대중들의 색안경과 달리 자선이 연예 활동이나 이미지 관리에 그리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다. "특히 단발적인 기부나 자선 활동은 예전과 달리 큰 관심을 얻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가수 김장훈처럼 꾸준히 기부나 사회활동을 하는 연예인의 경우 이미지 홍보 효과를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정도일뿐"이라고 말했다.
배우의 경우 자선 활동으로 만들어진 착한 이미지가 오히려 연기자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영화홍보마케팅 회사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사회적 이미지를 따지다 보면 작품 선택에 더 제약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줄 알면서도 "요즘 연예인들은 자신이 가진 인기라는 권력을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신 대표는 덧붙였다.
연예인들의 자선활동이 다양해지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지만 '소셜테이너'라고 불리는 일부 연예인을 제외하면 정치적으로 오인 받을 수 있는 활동을 경계하는 것은 여전하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김제동 김여진 김미화 등 이미 정치적 소동을 거친 연예인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그런 활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은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