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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20대 국회의원 등장에 부쳐

입력
2012.03.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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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1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연말 대통령선거의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지는 터라 여야의 총력전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총선 이슈가 간단없이 튀어나올 때마다 판세도 계속 바뀌는 분위기다. 그러니 벌써부터 여야 어느 쪽이 의석 과반을 점할지, 1당이 될지, 어느 후보가 더 우세한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그 사이에 총선 국면과 유권자 표심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하나는 정해졌다. 20대 국회의원이 탄생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후보 4명 중 2명의 당선이 사실상 결정됐고 새누리당도 곧 후보를 확정한다. 20대 국회의원의 등장은 김영삼(1954년 3대 국회의원, 당시 26세) 조윤형(60년 5대 국회의원, 당시 28세) 김상현(63년 6대 국회의원, 당시 28세)에 이은 49년 만의 일이다.

2030 세대를 대변할 20대 국회의원의 탄생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들을 통해 젊은 세대가 정치 무관심층에서 벗어나 당당히 정치의 한 축을 맡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젊은 세대의 입장과 의견을 더 고려한 현실적이고도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신선한 시각과 행보로 정치권의 구태와 악습을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나 바람대로 청년비례대표 몇 명(부산 사상구 손수조 후보는 논외로 하자)이 젊은 세대가 봉착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며 정치권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기성 정치인들이 젊은 후배들과 인식을 공유하며 호흡을 맞출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돌아보면 20대 국회의원은 젊은 세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표심 결집이 이끌어낸 수확물이다. 그들이 일자리 등록금 등 그들 앞에 놓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가 근본적 수단임을 깨닫지 못했다면 젊은 세대는 계속 정치권의 관심권 밖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 구조와 시스템은 엄혹한 현실이다. 20대 국회의원 몇몇이 목청을 높여도 찻잔 속 미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 2030세대가 대거 국회에 진출하지 않는 한 그들이 하루아침에 정치판의 주류가 될 수도 없다. 더구나 각 정당이 진정 20대 국회의원들을 한국의 미래 정치를 이끌 인물로 키우려 할지, 그럴 의지와 준비를 갖췄는지 생각해보면 회의감이 앞선다. 이번에도 각 정당들은 오직 젊은 세대의 표심만 노리고 청년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통한 흥행몰이에만 골몰했다. 청년비례대표들이 국회 진출 후 자칫 방심했다간 존재감 없는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각 정당의 청년비례대표들은 그런 현실까지도 인정하고 극복해야 한다. ‘금배지’를 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임기 내내 철저히 2030세대를 대변하면서 젊은 세대가 직면한 고통과 아픔을 어떤 방법으로 덜어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젊은 세대라 해도 지역ㆍ계층ㆍ학력 별로 분화해 있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의 이해관계는 때때로 상충하는 만큼 섬세하고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경험이 부족한 청년비례대표들로선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 길을 가야 하고, 그 길의 끝에서 성공과 마주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정파적 이해와 이념의 굴레를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한다. 소속 당의 첫 회의에 참석해 현 정권 심판을 다짐하고 상대당 청년비례대표 후보를 깎아 내리는, 구태 정치인의 아바타 같은 언행은 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 진출 후에도 그런 행위를 계속한다면 청년비례대표들은 결국 기성 정치권의 액세서리에 불과함을 자인하는 것이며, 유권자들은 더는 20대 국회의원에 기대를 걸지 않을 것이다.

소속 정당이 20대 국회의원들의 활동 공간을 보장하고 지원해 준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그런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청년비례대표라면 오히려 기성 정치권과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공간을 개척하는 게 옳다. 그것이 청년정신 아닌가.

황상진 부국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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