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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메모리 보이' 청소년판 '로드'… " 가족을 피난처로 인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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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메모리 보이' 청소년판 '로드'… " 가족을 피난처로 인도하라"

입력
2012.03.1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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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보이/ 윌 위버 지음ㆍ박중서 옮김/ 뜨인돌 발행ㆍ초등 고학년부터ㆍ1만2,000원

서기 2018년 화산 폭발로 미국 전역에 화산재가 떨어진다. 도시는 생활불능구역이 되고, 사람들은 극도로 이기적으로 변해간다. 처음 화산이 폭발했을 때 "화산이 터졌으니 학교를 쉬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좋아했던 소년은 곧 현실이 지옥임을 깨닫는다. '지금은 매사에 자기 이익을 챙겨야만 살 수 있는 시대다. 사재기는 명백하게 불법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그렇게 하고 있다.'(36쪽)

주인공 마일스는 뭐든지 한 번 보고 들으면 죄다 기억하는 '메모리 보이'. 비범한 기억력뿐만 아니라, 무모함에 가까운 용기, 남다른 손재를 가진 '엄친아'다. 그의 가족은 마일스가 발명한 4인승 자전거 '앨리 프린세스'를 타고 도시를 떠나 안전한 별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미 인심이 흉흉해진 시골에서 도시 피난민을 반길 리 없고, 곳곳에서 마주치는 폭력의 위협 속에서 마일스는 커츠 할아버지 만나게 된다. 커츠는 60년이 넘도록 숲 속에서 홀로 수렵과 채취 생활을 해온 노인. 마일스는 처음 커츠에게 반감을 느끼지만 점점 그의 이야기에 매료되고, 커츠에게 전수받은 생존기술을 활용해 가족을 안전한 은신처로 인도한다.

미국 작가 윌 위버가 2001년 발표한 이 소설은 재앙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가족 이야기란 점에서 얼핏 코맥 매카시의 <로드> 를 떠올리게 한다. 무단 점거자와 갈등이나 총기 사용을 둘러싼 엇갈린 의견 등 현대사회 갖가지 윤리적 딜레마에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여타의 재난 소설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른다. 하지만 아비규환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극단적 상황을 연출했던 <로드> 같은 재난소설과 달리, 이 작품은 청소년소설이란 타이틀답게 한층 긍정적으로 재난의 상황을 그린다. 주인공 마일스뿐 아니라 유약했던 부모, 철부지 여동생도 재난을 겪으며 더 강해진다는 점에서 성장소설의 성격도 갖고 있다.

원작의 시점은 '가까운 미래'인 2008년이었지만, 국내 번역본에서는 미래소설이란 작가의 의도를 고려해 2018년으로 바꾸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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