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벽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주에서 현지 민간인 16명을 사살한 미군의 신병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 병사의 변호사 존 헨리 브라운은 15일 미국 시애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의 신상과 사건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그는 38세의 나이에 두 아이를 둔 하사로 2001년 9ㆍ11 테러 직후 군에 입대해 저격병으로 훈련받았으며, 지난해 12월 아프간으로 파병되기에 앞서 이라크에서 세 차례 근무했다. 이라크에서는 운전 중 도로에 매설된 폭탄이 터져 뇌를 다쳤고 전투 중 부상해 발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워싱턴주 루이스-매코드 미군 해외원정부대 합동기지 출신의 이 병사는 혁혁한 전과를 올려 동성무공훈장을 받을 자격을 갖췄으나 수상을 거부했다. 그에게서는 이번과 같은 민간인 사살 가능성을 시사하는 특징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원치 않는 네번째 해외파병이 결정되자 괴로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운 변호사는 특히 사건 하루 전 기지에서 발생한 사고로 동료 병사가 크게 다친 것이 그의 민간인 살해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고위 군 관계자를 인용해 "사건 당일 이 병사가 술을 마셨으며 네번째 해외파병 및 부인과의 갈등 때문에 괴로워했다"며 스트레스와 술, 가정불화를 사건 배경으로 규정했다. 브라운 변호사는 "병사가 술을 마신 것이 이번 사건의 한 배경이라는 보도가 있으나 가족들은 그가 음주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브라운 변호사는 비행기와 배까지 훔치며 도피생활을 한 '맨발의 도둑' 콜튼 해리스 무어의 변호를 맡아 이목을 끌었다.
사건의 파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탈레반은 15일 미국과의 평화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미군 활동을 2013년까지 주요 기지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며, 곤경에 처한 버락 오바마 정부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카르자이의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군은 당초 예정대로 2014년까지 철수할 것이라고 말한 직후 나왔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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