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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시민운동가의 정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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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시민운동가의 정치 참여

입력
2012.03.1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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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개혁 꿈꾸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처음부터 여의도 정치를 꿈꾼 건 아니었지만 무심한 정부의 귀를 열기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었습니다."

경기 이천 출신인 이희규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은 1993년부터 이천에서 지역발전연구소장과 향토협의회장을 지냈고 98년 한국 NGO지도자협의회 공동 상임대표를 맡아 초창기 열악한 시민운동의 토대를 다졌다. 소도시 이천을 배경으로 순전히 몸으로 부딪혀 가며 지역 민원을 해소하려 애쓴 덕에 전형적인 시민운동가의 경력이 붙게 됐다.

이 시점에 정부가 수도권정비계획을 발표하자 이천 지역은 상당 부분 팔당 상수도 보호구역에 묶이게 된다. 자연정화가 가능하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정부는 묵살했다. 이때부터 이 전 의원은 정치권 진입을 본격적으로 꿈꿨다고 한다. 그는 "시민단체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해결능력이 없기 때문에 정치권에 들어가 사회적 문제점을 하나씩 풀어보자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1997년 12월 대선 때 이인제 후보를 지지한 인연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2000년 민주당 공천을 받아 16대 국회에 입성한다. 그는 여의도에 들어가면서 시민운동 경험을 살려 장애인 처우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지역의 민원 해결도 중요했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를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이 전 의원은 임기 중 대정부 질문을 통해 당시 총리를 상대로 장애인들의 열악한 환경을 조목조목 지적해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이후 관련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관심이 증폭됐고, 결국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게 됐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건물 계단 옆에 경사로를 만들거나 자동 이동 장치를 설치하도록 의무화 한 것이다. 이 전 의원은 "평소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느꼈던 사회적 문제 의식을 공론화 해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만들게 된 성취감이 느껴지던 순간"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실제 이 전 의원의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지금은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 이동권이 이전보다는 눈에 띄게 강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느끼고 접했던 사회의 그늘진 곳을 부각시켜 관련 문제점을 해소해 나가는 데에는 분명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갖고 있는 강점이다. 하지만 이들의 한계점도 엄존한다.

대학 교수 출신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의장을 지낸 윤건영 전 한나라당 의원은 "시민단체 경력을 바탕으로 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정파간 득실 계산에 매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시민사회세력이 정치권에서 세를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당과 정파간 다툼에 밀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17대 국회 때 비례대표로 입성한 그는 "한 예로 조세법을 손질하려고 개정안을 냈는데 야당 법안이라면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며 "합리적인 주장이라도 자신이 속한 정당이나 정파의 방향과 다를 경우 내부에서부터 배척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의원은 "매번 총선 때마다 시민단체 사람들이 '내가 가면 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국회에 들어오지만 한국 정치가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돌아보라"고 반문했다. 시민단체 출신이 정치인으로 변신에 성공하기 어려운 현실의 벽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나름대로 성과를 보였다고 강조한 이 전 의원도 16대 국회 4년으로 정치생활을 접었고 다른 시민운동가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도 '장수 의원'은 극히 드물다.

시민단체 출신 현 의원들도 이 같은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자유주의 교육운동연합 상임대표를 지낸 조전혁 새누리당 의원은 전국 고교의 수능점수를 공개하는 등 국회 밖에서는 불가능했던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이번 공천에서도 그는 탈락했다.

자유주의연대 대표를 지낸 같은 당 신지호 의원은 "시민운동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고 나가면서 비판에만 주력하면 되지만 의정활동은 확실한 대안까지 제시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현실과 타협해야 하기 때문에 시민단체에서 강조하는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운동의 순수성에 집착하지 말고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지가 정치인으로 성공하느냐 여부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시민운동가들의 정치권 진입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경기 군포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하는 이학영 전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은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팽배한 것은 정치인들이 한번 국회에 가면 뒤를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라며 "오랜 시민운동 경험을 통해 지역 주민과의 소통이 일상화돼 있기 때문에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 시민운동가 출신의 예비 정치인들은 앞서 여의도에 진출했던 선배 격인 시민단체 출신 정치인들이 맛보았던 환희와 좌절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또다시 새로운 목표와 각오를 앞세워 정치권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 환경의 변화와 유권자들의 인식 변화를 꿈꾸면서 힘겨운 싸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 시민운동가 정치권 진출 보는 두 시각

10여년 전만 해도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정치권 진출은 '배신'으로 여겨졌다. 시민운동가라면 중립적인 시각에서 정치를 감시해야지, 스스로 정치에 발을 담그는 것은 일종의 변절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대 총선을 앞두고서는 적지 않은 시민운동가들이 공천 신청, 입당 등의 형식으로 '당당하게' 정치권에 입성했다. 일각에서는 "언론계 법조계 출신 정치인들처럼 시민단체 출신도 고유의 장점을 바탕으로 기성 정치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보지만 한편에서는 "시민운동과 정당정치의 역할은 엄연히 다른데다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명망있는 활동가를 여럿 잃을 시민단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치에 새바람" vs "정치 감시해야"

시민운동가의 정치 참여를 찬성하는 이들은 시민운동가들이 기성 정치권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법조계 언론계 등에서 정치인을 배출하듯 시민운동가들도 고유의 경륜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는 것. 고은태 중부대 건축디자인학과 교수는 "기존 정치인과 달리 시민운동가는 시민의 입장에서 공공의 이익을 생각한다는 장점이 있어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도 "지금 시민운동가들은 스스로를 희생, 헌신하면서 사회운동을 해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그 연장선에서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시민운동의 역사가 20년을 넘어서며 경륜을 갖춘 활동가가 늘어났지만 활동여건은 크게 성장하지 않은 상황. 김동춘 교수는 "40대 중반 너머까지 사회운동을 해도 경력에 맞는 역할을 할 자리가 없는 등 성장통로가 마련돼 있지 않아 정치권으로 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개인 도덕성만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민운동과 정치는 역할이 서로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민운동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시민과 권력 간 갈등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반면 정당은 집단적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며 "시민단체에서 시작된 독일의 녹색당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시민단체 기능은 상실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경우 기존 정치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통해 시민들의 지지를 얻고 성장해 왔는데, 대척점에 있던 정치권으로 가면 그 동안 쌓아온 신뢰와 정당성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많다.

시민운동가들이 민주통합당 탄생과정에 참여했지만 지금까지 공천은 거의 받지 못한 것을 두고 이미 실패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시민 정치 운동이라는 미명하에 정치권으로 갔지만 기존 정치세력과 차별화되는 고유의 가치는 전혀 제시하지 못한 채 '반MB를 위해 진보세력이 뭉쳐야 한다'고만 외치다 보니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잘 해도 걱정, 못 해도 걱정"

함께 활동했던 이들의 정치참여로 인해 시민단체의 말 못할 고민도 깊다. 역량 있는 '간판급' 활동가가 여럿 정치권으로 가면서 '전력 손실'이 만만치 않은데다 "시민운동도 결국 정치 진출을 위한 '발판'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많아졌다. 당장 총선 후보들에 대한 낙선ㆍ낙천 운동을 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등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더 걱정이다. 시민단체 출신 정치인에 대해 아무 비판이 없으면 "자기 식구라고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 시달리고, 출신 정치인이 자칫 실수라도 하면 "시민운동계가 다 그렇다"는 비난까지 함께 받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의 평가에 따라 시민단체가 함께 평가를 받고, 국민들이 시민단체를 정치를 위한 통로로 인식할까봐 모두들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민단체 스스로 정치권과 명확히 거리를 두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제안도 많다. 고은태 교수는 "우선 낙선운동 같은 활동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각 시민단체가 정치 문제에 어느 정도 개입할지를 윤리 강령이나 기본정책에 명시하고, 단체 출신 정치인이 생길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명문화 해 시민들의 의심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 MB정부 - 시민단체 불통이 정치참여 봇물 '촉매'로

"진보정당과 시민정치의 만남을 실현하겠습니다."

박원석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 시민단체 인사 100명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진보당 가입을 발표했다. 4ㆍ11 총선을 앞두고, 시민운동가들이 제도 정치권에 집단적으로 발을 담근 것이다. 과거 시민단체들이 낙천ㆍ낙선 운동을 펼치거나, 몇몇 인사가 개별적으로 정치권에 진출한 적은 있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다.

다른 정당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비례대표 공천신청자 537명 중 100여명이 전ㆍ현직 시민단체 인사이고, 민주당은 15일 현재까지 공천자 210명 중 20명이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사실 시민단체의 직간접적인 선거개입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예컨대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선보인 낙천ㆍ낙선 운동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소위 비당파성을 대표적 덕목으로 삼아 시민운동을 벌여왔던 이들의 집단적 정치인 변신은 그래서 유난히 돋보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전문가들은 먼저 정부와 시민운동의 불통을 꼽았다. 이명박 정부가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4대강 사업, 감세 정책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시민단체의 비판과 제언에 귀 기울이지 않은 데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은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검토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시민단체가 직접 현실 정치에 참여해 관철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성숙단계에 이른 시민운동의 단계상 어느 정도 예견된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민운동 20년 동안 경력과 실력을 갖춘 시민운동가들이 많이 양산됐고 새 인물을 찾는 정치권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90년 전후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1989년), 환경운동연합(1993년), 참여연대(1994년) 등이 등장한 뒤 2000년대 각종 시민단체가 활발한 활동으로 세력을 확장해 검증된 인물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민단체가 정치적인 문제 등에 참여하면서 성장했고, 자연스럽게 정치인을 배출하는 역할도 맡았다"며 "인지도가 높고 역량도 확인된 사람이니까 정치권도 크게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세제 현대정치연구소 조사실장도 "87년 민주화 이후 여야가 김근태 김문수 이재오 등 주로 사회운동 노동운동에 헌신한 인물들을 기용했지만,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없어 정치권이 시민단체에서 정치 신인을 수혈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을 지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게 시민운동가의 정치권 진입에 촉매제 역할을 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적 정치참여에 대해 결국은 시민단체를 디딤돌로 삼았다는 비판적 시선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사립대 교수는 "시민단체 인사가 집단적으로 정당에 가입하고, 총선에 출마하는 건 다른 선진국에서 볼 수 없는 굉장히 기형적인 현상"이라며 "(권력을 감시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권력을 누리고 싶어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적나라하게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시민단체도 새로운 인물을 등용해야 하기에 갈 곳 없는 초기 멤버들이 그 동안의 경력 등을 이용해 결국 자기 살 길 찾아 간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 정치권 구태 물드는 순간 '신물' 나는 존재 전락

시민운동가들의 정치권 진입 시도는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특히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고 문민정부가 시작된 1990년대 이후 이들의 도전사가 본격 시작됐다.

하지만 이들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은 각 당의 공천 과정에서 그리 우대를 받지는 못했다. 더구나 정치 구도의 현실상 시민운동가가 제3의 정당이나 무소속으로 자력 진출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그런 가운데 시민운동의 대부로 불린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은 상당한 파장을 불렀다. 비록 야권 단일화 후보 경선은 거쳤지만 순수 시민단체 출신의 무소속 후보가 집권 여당의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정치적 환경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계기로 이번 총선에서도 박 시장과 같은 시민운동가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전망은 미지수다. 시민단체 출신의 정치인 변신이란 대목이 아직은 유권자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시민운동가들이 기존의 정치권과는 다른 차별성을 내세워야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정치 개혁을 원하는 국민에게 시민운동가들은 정치판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임을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성장하고 있는 20ㆍ30세대와 함께 정치 참여를 이끌어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와 함께 호흡하면서 정치 변혁의 적임 세력임을 자처하면 개혁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념적으로 극단의 논리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사회적 발전을 위해 애써온 경력을 유지한다면 바뀌어진 정치 환경이 오히려 이 같은 인물들을 영입하러 나설 것이란 설명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그는 "시민운동은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이라고 강조한 뒤 "여야간 극한 대결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기존 정치인과 달리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는 시민운동가들을 점차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정치권에 들어가 새 바람을 불어넣기를 희망하는 국민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현재 정치권에 남아있는 시민단체 출신으로는 한국여성민우회 회장 출신인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출신 같은 당 이미경 의원, 경기 부천 소사에 출마하는 김상희 민주당 의원 정도만 제도권 정치에 안정적으로 남아 있는 편이다.

18대 국회 입성 전 뉴라이트 계열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새누리당 신지호, 조전혁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출마가 불투명하고 다른 시민단체 인사들도 대부분 '반짝 스타'식으로 한두 번 배지를 달고 난 뒤 여의도에서 사라진 경우가 허다하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시민운동가들은 정치에 뛰어들면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 기능이 훼손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시간이 지나면 이들도 결국 기존의 정치권에 흡수되는 게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도 "정치에 뛰어든 시민운동가들이 결국은 자기 자신만 권력자가 돼 사회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을 수없이 봐 왔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정치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 시민운동가 출신들이 정치권 진입 이전처럼 제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을 펼 경우 주류 세력에 의해 배척을 당하기 때문에 결국은 기존 정치권 인사와 유사한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는 시민운동가들의 정치권 참여에 대한 성패는 결국 정당정치 구조를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가 자신만의 색깔을 끝까지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 국회에 등원한 이후에도 정당간 싸움에서 한발 벗어나 장외에서 활동할 때와 같은 객관적인 주장을 유지하면서 국민 지지를 얻어갈 경우 시민단체 출신의 새로운 정치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 4·11총선 출마러시… 몇명이나 여의도 진입할까

이번 4ㆍ11 총선에서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출마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1월 기존 민주당과 친노세력 및 시민운동가들이 대거 포함된 '혁신과통합'의 합당으로 출범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시민사회세력의 정치 참여가 많아졌다. 여기에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도 시민단체 출신들을 적잖이 선거전에 투입시킬 계획이어서 이들의 당선 여부가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지금까지 이학영(경기 군포) 전 한국YMCA 사무총장, 심규명(울산 남구갑) 전 녹색에너지촉진시민포럼 대표, 서소연(경남 진주시을) 진주참여연대 사무처장, 성재도(경남 진주시갑) 복지국가만들기 공동대표 등의 출마가 결정됐다. 지역 경선을 통해 오세호(경기 평택시을) 전 무상급식 평택 공동대표와 박홍근(서울 중랑구을) 반값등록금국민본부 공동대표 등이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또 김기식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울 방침이며 대표적인 여성 시민운동가인 참여연대 공동 대표 출신의 한명숙 대표와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 대표 출신 이미경 의원은 각각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와 서울 은평갑 지역구를 통해 여의도 재입성을 바라보고 있다.

통합진보당도 적잖은 시민운동가 후보를 내보낸다. 김원열(서울 종로) 복지국가시민회의 공동대표와 천승훈(서울 강북구을) 서울민권연대 상임대표, 홍성규(경기 화성시갑)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손석형(경남 창원시을) 민주개혁연대 공동대표 등 시민단체 출신 10여명이 민주통합당과의 지역 경선 후보로 나섰다. 박원석 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비례대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밖에 진보신당에서는 송정문(경남 마산시을) 전 경남여성장애인연대 초대대표, 최완규(인천 남동구갑)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등 장애인 관련 시민단체 출신들이 많았다.

새누리당 등 보수 진영에서는 아무래도 시민운동가 출신의 공천자가 야권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다. 먼저 새누리당은 북한 인권운동가 출신의 최홍재(서울 은평갑)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과 유영남(전남 여수을) 범여수시민행동본부 본부장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또 자유선진당에는 송종환(대전 서구갑) 전 개혁과통합을여는푸른네트워크 상임대표가 나섰고, 국민생각은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을 지낸 박세일 대표가 서울 서초갑 출마를 선언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 오바마도…간 전총리도 사회운동 이력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시민운동 역사가 오래되고 자유로운 만큼 시민운동가의 정치참여도 활발하다. 시민운동가의 정치권 진입이 논란이 되지는 않는다.

비정부기구(NGO)로 불리는 미국의 시민단체는 주로 국내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대부분 정치적 성향을 띤다. 그래서 시민운동가의 정치권 진ㆍ출입도 활발한 편이다. 미국의 시민운동가 출신 유명 정치인으로는 랄프 네이더가 대표적이다. 1971년 소비자운동단체 퍼블릭시티즌을 창설한 네이더는 92년부터 다섯 차례나 대통령 선거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젊은 시절 시카고의 흑인 빈민촌인 사우스사이드에서 주거ㆍ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운동에 참여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네이더가 대선에 나섰을 때 민주당 표를 잠식한다는 논란은 있었지만 시민운동가 출신이라는 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서 “다만 시민단체가 특정 정당의 선거 캠페인에 참여할 경우 세금혜택을 주지 않는 제한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표적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은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다. 2010년 6월 취임 때 ‘풀뿌리 정치인’으로 화제를 모았던 간 전 총리는 대학 졸업 후 사회시민연합에서 원자력발전과 소비자권익 활동을 한 경력이 있다. 가나가와(神奈川)현 생활협동조합에서 출발해 정치세력화한 가나가와네트워크도 빼놓을 수 없다. 독자후보를 지방의회에 진출시키고 있는 가나가와네트워크는 2003년 지방선거에서 39명의 의원을 배출했다. 가나가와네트워크의 정치참여는 활동가 중에 후보를 내고 임기를 마치면 다시 활동가로 돌아오는 순환형으로 이뤄진다.

우에 이치로(宇惠一郞) 요미우리(讀賣)신문 서울지국장은 “자민당과 사회당이 양당체제를 이루던 80년대 사회당의 주요 지지기반 중 하나가 시민단체였기 때문에 시민운동가들이 사회당을 통해 정치권에 진출하는 일이 많았다”며 “일본에서는 연예인, 운동선수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하기 때문에 시민운동가가 출마한다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시민운동가의 정치참여는 녹색당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독일 녹색당의 창당 주역인 페트라 켈리는 정치 입문 전 반핵ㆍ환경운동가로 활동했다. 98년 총선에서 녹색당이 6.7%를 획득, ‘적녹연정’이 구성되면서 젊은 시절 급진운동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요슈카 피셔가 외무장관에 오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니콜라 윌로가 지난해 녹색당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하기도 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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