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쓰나미로 7만여 그루의 송림이 파괴된 다카타마쓰바라(高田松原)의 소나무가 부활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곳의 소나무로 만든 바이올린을 1,000명의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교대로 연주하는 희망의 연주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7만여 그루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적의 소나무'(한국일보 3월 5일자 1면 보도)가 실의에 빠진 일본 열도에 부흥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00명 바이올린 프로젝트'를 처음 추진한 사람은 일본의 유명 바이올린 제작자인 나카자와 무네유키(中沢宗幸ㆍ71)씨. 스트라디바리우스 등 명기의 복원과 감정에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는 나카자와씨는 지난해 12월 리쿠젠타카타시를 방문, 쓰나미에 휩쓸린 소나무와 가옥 들보에 쓰인 목재에서 현악기 재료인 소나무와 단풍나무를 찾아냈다.
"오랫동안 마을 주민과 함께 생활해온 소나무와 들보가 선율로 모습을 바꿔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를 바랐습니다." 연주를 통해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희망을 주고, 죽은 사람에게는 영혼을 달래는 콘서트를 이어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재해지역의 나무지만 유럽산 소나무나 단풍나무에 손색없는 음색을 내기 위해 재료를 고르는 데서부터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어렵게 제작한 바이올린의 첫번째 릴레이 연주자는 세계 최고령 바이올리니스트인 이브리 기틀리스. 기틀리스는 도호쿠 대지진 이후 해외의 많은 연주자들이 일본 공연을 꺼리는 중에도 11일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 합동추모식장에서 연주해 심금을 울렸다.
기틀리스의 공연 소식이 전해지자 릴레이 공연에 참가하겠다는 연주자들이 줄을 이었다. 일본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미야모토 에미리가 이 바이올린으로 27일 공연하며 구로누마 유리코, 사와 가즈키 등이 다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의 제라드 푸레 등 해외 연주자들도 참가 의사를 밝혔다.
공연자가 늘어나자 나카자와씨는 바이올린 1대를 추가로 제작 중이다. 내년에는 비올라 1대, 2년 후에는 첼로까지 만들어 4중주 연주회가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릴레이 연주의 기획자 오바 다이조씨는 "연주는 프로 바이올린 연주자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나자와, 도쿄 스기나미에서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지진을 통해 일본인에게 더욱 친근한 단어가 된 기즈나(絆ㆍ유대)가 바이올린을 통해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