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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될 뻔한 카다피 호화유람선 새 주인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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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될 뻔한 카다피 호화유람선 새 주인 찾았다

입력
2012.03.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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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을 만드는 STX유럽의 자회사 STX프랑스는 작년 6월 7억1,000만달러(8,000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크루즈선(사진) 건조 계약 하나를 취소했다. 발주한 쪽이 중도금을 지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크루즈선은 14만톤(길이 333㎙, 너비 38㎙) 규모로 2,471개의 객실에 총 5,7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에서 6번째로 큰 유람선이다. 그 동안 업계에선 이 배를 발주했던 곳을 놓고 추측만 무성했다. 아마도 유럽 쪽 회사이고, 재정위기 때문에 자금사정이 나빠져 대금을 지불하지 못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8,000억원 짜리 호화유람선을 발주한 사람은 뜻밖에도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 가문이었다. 지난 2010년 6월 리비아 국영선사이자 카다피 일가가 소유한 GNMTC사가 발주해 올해 말까지 인도될 예정이었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카다피 전 대통령이 발주했다가 재스민 혁명이 불고 서방국가들이 카다피 일가에 대한 재산을 동결하면서 중도금을 내지 못해 계약이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카다피 전 대통령은 작년 10월 시민들 손에 사망했다.

문제는 이 배의 처리였다. 경기가 좋다면 원 발주자와 계약이 취소되어도 새 주인을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더구나 최고급 크루즈이기 때문에 돈 많은 선주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유럽이 재정위기에 빠져 있던 터라 새 주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고, 자칫 거대한 고철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9개월. STX는 마침내 이 배의 새 주인을 구했다. STX는 세계 2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의 자회사인 MSC크루즈와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 공식 발표했다.

STX측은 MSC크루즈측의 요청에 따라 인수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대략 6억5,000만~6억8,000만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공사가 중단됐던 배를 새 주인과 계약할 경우 가격이 많이 디스카운트 되는 편"이라며 "하지만 이 정도 가격이면 사실상 제값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좋은 조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 주인을 만난 이 크루즈선은 'MSC 프레지오사(MSC PREZIOSA)'호로 불리게 된다. STX가 지난 2008년 인수한 프랑스 생나자르 조선소에서 현재 50% 건조가 완료된 상태이며, 내년 3월 인도되면 MSC크루즈의 대표 선대인 'MSC 판타지아 클래스' 시리즈 마지막 선박으로, 유럽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지중해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사실 MSC측과 인수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MSC사가 이 배에 관심을 보여 협상을 시작했으나 유럽 재정 위기로 자금조달문제가 불거지면서 협상에 차질이 빚어졌던 것. 다행히 최근 유럽사태가 다소 진정되면서, 최종계약에 이르게 됐다.

STX 관계자는 "STX프랑스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이번 크루즈선 건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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