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나쁜 게 아니라 어른들이 포기할 때 아이들은 나쁜 길로 접어들어요."
경북 구미시에서 10평 남짓 한 미용실을 운영하는 임천숙(39)씨는 평범한 미용사다. 그런 그가 15일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가 주최한 한일 교류 교육포럼 '청소년 폭력과 부적응을 말하다' 행사에 패널로 참가했다. 지난 10년 간 학교폭력 가해학생을 돌보고 상담해왔던 경험을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임씨는 지난 10년간 일명 '비행 청소년'들을 자신의 미용실에 불러 밥을 해주고 대화를 하고 때론 갈 곳 없는 아이들에게 잘 곳까지 제공해줬다. 이렇게 연을 맺은 10대 청소년은 40여명. 임씨는 "아이들의 사진을 일일이 찍어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애정이 깊다"고 말했다.
임씨가 10대 비행 청소년들을 끌어안은 건 미용실을 개업한 지 2년째 되던 2002년.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박성환(23ㆍ가명)씨와의 만남이 첫 번째였다. 김씨는 "수업이 한창일 시간에 머리가 긴 박군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들어와 머리를 잘라달라고 했다. 첫 눈에 '이 아이가 사람을 믿지 못하는 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기억했다. 부모가 이혼해 어느 곳에도 의지할 데가 없던 박군은 동네 경찰관들도 다 아는 문제학생. 임씨는 학교에 적응 못하는 박군을 자신의 집에서 보호하기로 했다. 임씨는 "처음에는 박군이 비뚤어질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착실히 아르바이트도 하고 자립의지가 강한 청년이 됐다"고 말했다.
5년 전 비 오는 어느 봄날 자신을 찾아온 김진우(16ㆍ가명)군도 임씨 기억에 생생하다. "초등학교 5학년인데도 담배를 피우고 물건을 훔치던 김군은 아버지가 안 계시는 한 부모 가정이었어요. 5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김군을 불러 밥을 주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김군은 이제 스스로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자동차 정비 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꿈 많은 10대가 됐습니다."
임씨는 왜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 줬을까. "글쎄요. 주변에 배고파하고 갈 곳 없는 사람들한테 밥 한 끼 같이 먹는 거 참 쉽거든요. 저 역시 홀로 세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엄마이다 보니 불완전한 환경에서 엇나가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저는 이 아이들이 원래 나쁜 게 아니라 잠시 방황하는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해요."
임씨는 최근 급증하는 학교 폭력을 걱정하면서도 학교나 가정에서 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줬는지 되물었다. 그는 "사회복지센터나 복지관은 대부분 비행 청소년들에게 6개월만 투자한다. 안 좋은 습관을 고치는 데 최소 1년은 걸리는 게 사람인데 6개월 지원하고 개선되는 게 안 보인다고 그냥 포기해 버리면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진심이 안 통하고 가끔 마음이 다칠 때도 있다. 그럴 때 한 번 더 믿어주고 보듬어 주면 제자리로 돌아온다"며 "별 거 아니어도 라면 한 그릇, 말 한 마디에 닫힌 아이들의 마음이 활짝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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