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처럼 감동이 없는 공천은 처음 본다" "여야가 최악의 인물난을 겪는 것 같다."
여야의 4ㆍ11 총선 공천 마무리 과정에서 이 같은 비판론들이 쏟아지고 있다. 공천자 명단을 보면 유권자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참신한 후보나 중량급 후보를 전혀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역 의원이 아닌 중량급 인사 대다수는 전직 의원이고, '신인'이라고 내세운 인물들을 보면 경량급이 대부분이다.
새누리당이 텃밭 지역인 서울 강남벨트 6곳 중 4곳의 공천자를 여태 정하지 못하며 난항을 겪고 있는 것부터 극심한 인물난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새누리당은 역대 강남벨트에서 홍준표 오세훈 맹형규 등 굵직한 정치 신인들을 발굴했으나 이번에는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와 박상일 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의 공천을 취소하는 소동까지 벌였다.
새누리당이 15일까지 공천한 193명의 후보 중 전ㆍ현직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및 당협위원장 등의 정치권 경력이 없는 외부 신인은 40여명. 학계, 법조계, 언론계에서 각각 9명, 7명, 6명이 공천을 받았으나 눈에 띄는 인물은 드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구나 2030세대 신인으로는 고교 학생회장을 지낸 손수조(부산 사상구) 후보와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인 문대성(부산 사하갑) 후보 밖에 없다.
지금까지 210명의 후보자를 확정한 민주당도 역시 '그 밥에 그 나물' 이란 얘기를 듣고 있다. 백혜련(경기 안산 단원갑) 송호창(경기 의왕ㆍ과천) 임지아(서울 서초을) 후보 등이 대표적 영입 인사이지만 중량감이 떨어지는데다 주로 법조계 인사로 채워져 '법조당'이란 비아냥까지 받고 있다. 그나마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하는 신경민 대변인,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부인인 인재근(도봉갑) 한반도재단이사장 등이 화제를 모으는 정도다.
'신진 수혈'은 역대 선거에서 여야 정당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단골 전략이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은 이회창 전 총리와 박찬종 전 의원 등 대선주자는 물론 김문수, 이재오씨 등을 대거 영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김근태씨 등 재야 인사와 386세대 등 새 피를 수혈하는 전략을 펴면서 변화하는 정치 환경에 대응했다.
여야 정치권이 굵직한 인물 수혈에 실패한 것은 무엇보다 정치 불신 탓이다. 또 여야 지도부의변화 의지 부족도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의 리더십 약화와 국민 경선 도입 등으로 인해 신인 발탁이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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