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는 4ㆍ11 총선에서 여야의 거물급이 맞붙는 최대 격전지다. 새누리당 홍사덕(6선) 의원과 민주통합당 정세균(4선) 의원이 각각 대구와 전북에서 지역구를 옮겨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승부를 벌이고 있다.
기자가 15일 만난 종로 주민들은 '정치 1번지' 지역답게 두 후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표명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지역구를 옮긴 탓에 '인물론'보다는 정당 선호도 등 큰 틀의 선거구도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여론이 많았다.
평창동 주민 박모(49)씨는 "두 후보 모두 이 지역 출신이 아니라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무래도 여당이 지역을 위해서는 좀 낫지 않겠느냐"라고 홍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부암동 주민 조혜순(54ㆍ여)씨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바꾸려고 한 노력을 높이 사고 싶다"고 여당에 후한 점수를 줬다.
반면 창신2동에서 만난 주민 김모(75ㆍ여)씨는 "그간 새누리당 후보가 많이 됐으니 이번은 야당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옥인동 통인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고영준(51)씨도 "현정부가 서민을 위해 뭘 했느냐. 이번엔 새누리당에 표를 안 줄 것"이라고 정 후보 쪽에 섰다.
종로는 11~18대 총선에서 모두 새누리당(민정, 민자당 포함) 후보가 이겼다. 민주당으로는 15대 보궐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유일하게 당선됐다. 새누리당 지지세가 센 편이지만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선에서는 모두 야권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이 같은 복잡한 분위기를 감안하듯 두 후보는 지역 정책 대결보다는 상대당 수장을 겨냥하는 등 여야의 정치적 문제를 부각하려 애썼다.
홍 후보는 무악동의 한 헌혈 행사장을 돌면서 "친노인 한명숙 대표는 이번 공천과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끊었고,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를 거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종로 3가의 한 상가번영회 행사에 참석한 정 후보는 "이번 총선은 서민 경제를 파탄 낸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자리"라며 "정권의 2인자인 박근혜 위원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정권 심판론'을 역설했다.
선거전 여론조사 결과도 전혀 예측불허 양상이다. 5,6일 동아일보ㆍ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선 정 후보가 조금 앞섰지만 9~11일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 조사에선 전체 투표층에서는 정 후보가, 적극 투표층에서는 홍 후보가 앞섰다. 또 10,11일 매일경제ㆍ한길리서치 조사에선 홍 후보가 정 후보를 눌렀다.
두 후보의 접전 양상 속에서도 작은 변수도 남아 있다. 17,18일 정 후보와 통합진보당 김원열 후보와의 경선이 예정돼 있다. 정 후보가 이길 경우 추후 선거전에서 진보진영의 지지층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선거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