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총선 공천 철회가 줄을 잇고 있다. 새누리당은 역사 인식 논란이 일었던 서울 강남 갑, 을의 이영조 후보와 박상일 후보의 공천을 그제 전격 취소했다. 민주통합당도 어제 비리 전력 또는 금품 제공 논란을 빚은 이화영(강원 동해ㆍ삼척) 후보와 전혜숙(서울 광진갑) 후보의 공천을 거둬들였다. 며칠 전에는 임종석 사무총장의 서울 성동을 공천을 취소했다. 앞 다퉈 공천 쇄신과 혁명을 외치던 두 당이 공천 취소 번복 소동으로 누가 더 망가지나 경쟁을 벌이는 꼴이다.
새누리당은 당초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강조했다. 특정 진영이 아니라 일반국민의 눈 높이를 생각했다면 역사인식이 일반국민과 동떨어지는 이영조, 박상일 후보는 공천 심사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은 공천이 원칙과 기준이 아닌 특정인의 입김 또는 친박 코드가 작용한 결과로밖에 달리 해석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처음부터 원칙과 기준이 흔들렸다. 비리 전력 등의 도덕적 잣대에 일관성이 없었고, 임종석 이화영 후보 등에 대해서는 정체성을 앞세워 공천을 밀어붙였다가 논란이 커지자 마지못해 철회했다. 민주당이 공천혁명이라고 자랑했던 모바일 경선은 조직동원 폐해 등 숱한 문제를 드러내면서 도리어 야권통합 이후의 상승세를 꺾는 악재로 전락했다.
두 당에 비리 전력자가 공천을 받거나 금품 제공, 성 폭행 논란 등에 휩싸인 후보들이 여럿 남아 있어 추가 공천 박탈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번과 같은 공천 취소 사태는 우리 선거사에 없던 일이다. 문제 있는 후보의 공천을 뒤늦게라도 취소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하지만 여야 공히 객관적 기준과 원칙에 의한 시스템 공천을 장담했던 공천 방식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밀실ㆍ돈 공천, 나눠먹기 공천이 아니라 시스템 공천 또는 국민참여 경선으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명분은 좋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실천은 어렵다. 확고한 의지와 고민 없이 공천 쇄신과 혁명을 얘기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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