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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권력 집착/ 반정부시위대 대응 위해 이란의 자문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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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권력 집착/ 반정부시위대 대응 위해 이란의 자문까지 받았다

입력
2012.03.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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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명 이상이 죽어나갔고 10만명이 넘는 국민이 유랑생활을 하는데도 권력에 대한 집착은 그칠 줄 몰랐다. 외세를 끌어들여 자국민 학살에 이용하고, 증오한다고 하던 서방의 첨단기술에 의존해 사치와 향락을 즐겼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14일(현지시간) 폭로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부부의 은밀한 사생활 내역이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 초까지 시리아 반정부 조직인 혁명그룹 최고위원회가 해킹을 통해 확보한 아사드 부부의 이메일 3,000여통에는 국민의 고통과 완전히 단절된 독재자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사드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이란의 자문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아사드의 언론보좌관은 대국민 연설에 필요한 장문의 지침을 그에게 전달했다. ‘강압적ㆍ폭력적 단어를 쓰고 시리아의 군사 능력과 관련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라는 것’이 핵심이다. 보좌관은 이런 조언이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의 언론ㆍ정치고문과 협의를 바탕으로 작성된 내용이라고 이메일에 적시했다.

아사드와 이란 사이에서 거간꾼 노릇을 한 인물은 이란과 연계된 레바논 출신 사업가 후세인 모르타다다. 그는 지난해 12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을 때 아사드에게 알카에다에 대한 비난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알카에다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것은 미국과 반정부 세력의 개입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모르타다는 시위를 원천 차단할 목적으로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공공광장을 폐쇄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당제 허용, 국민투표 제안 등 아사드가 행한 일련의 개혁조치들도 대국민 사기극으로 밝혀졌다. 아사드는 부인 아스마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각종 개혁을 ‘쓰레기 같은 정당ㆍ선거ㆍ언론법’이라고 폄하했다. 아사드의 동떨어진 인식에는 측근을 활용한 직보체계가 큰 영향을 미쳤다. 아사드는 특히 미디어 조작을 담당하는 별동대의 보고를 맹신했다. 이들은 정권 유지 차원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토론방을 금지할 것을 건의했다. 그 중 한 명인 셰헤라자드 자파리는 CNN방송이 자신이 홈페이지에 올린 정권 지지 발언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노라고 자랑스레 떠벌리기도 했다. 가디언은 ‘이너서클에 의존하는 아사드의 통치 방식은 36년 동안 집권한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때 자신을 자선활동가로 포장한 아스마의 낭비벽도 여전했다. 아스마는 미국 기업 애플의 아이패드로 인터넷에 접속해 아이튠즈에서 음악을 내려 받았다.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에선 조리세트를 구매했으며 촛대와 테이블, 샹들리에 등을 사는데 1만파운드(1,776만원)를 거리낌없이 썼다. 2월 5일 아사드가 부인에게 이메일로 보낸 음악 역시 미국 가수 브레이크 쉘톤의 노래 ‘갓 게이브 미 유(God Gave Me You)’다.

아스마는 유혈 사태 와중에 절친을 잃기도 했다. 그는 카타르 국왕의 딸 마야샤 알타니와 속내를 털어놓는 관계였으나 알타니 공주의 직언으로 사이가 틀어졌다. 알타니는 올해 초 아스마에게 보낸 서신에서 ‘역사의 물줄기가 변하고 있는 사실을 직시하라’며 카타르 도하로 망명하라고 권유했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냉각됐고 더 이상 이메일 교신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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