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첫날인 15일 오후 롯데마트 서울역점. 마트측은 수입산 육류코너에 '한미 FTA 발효기념 미국산 갈비살, 부채살 할인판매'라는 푯말을 달아놓았다.
미국산 소고기 관세는향후 15년에 걸쳐 매년 2.7%씩 낮아질 예정. 인하폭이 미미해 소비자가격에 곧바로 반영될 수준은 아니지만, 마트측은 "마케팅차원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마트는 미국산 갈비살(100g)을 정상가보다 40.7% 할인한 1,600원에, 미국산 부채살은 30.4% 할인해 1,600원에 판매했다. 주부 한명숙(54)씨도 "한우는 솔직히 너무 비싸서 못 먹었고 주로 호주산 소고기를 샀는데 어쨌든 한미 FTA로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내려가면 호주산 대신 미국산을 살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태 롯데마트 정육코너 팀장은 "현재 호주산과 미국산 소고기의 품목 비율은 7대 3인데 앞으로 미국산 비중을 늘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일코너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사실 과일은 와인과 함께 FTA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게 된 품목. 체리는 24%, 건포도는 21%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오렌지는 50%의 관세가 첫해 30%로, 포도는 45%에서 24%로 각각 낮아진다. 다만 오렌지와 포도는 국내 농가들의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시기별로 관세가 달리 적용(계절관세)된다
이날 마트측은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를 개당 1,300원에서 1,080원에 낮춰 팔았다. 시세보다 15~20% 저렴하다는 게 마트측 설명. 과일매장에 나온 주부 김춘희(45)씨는 "FTA로 값이 싸지게 되면 미국산 과일을 많이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에선 와인과 맥주 등에 대해 할인행사를 실시됐다. 3만5,000원의 미국산 아포틱와인(350㎖)을 반값에 내놓는 등 총 80여개의 와인을 50%나 저렴하게 판다. 맥주 밀러제뉴인(355㎖) 6개들이도 36.8% 할인해 7,700원에 내놨다.
자동차에도 FTA바람은 불기 시작했다. 전날 FTA를 맞아 대폭적인 가격인하계획을 밝힌 미 포드자동차 매장에는 구체적인 가격대를 묻는 문의가 이어졌다. 서울 강남의 한 포드코리아 딜러 관계자는 "차와 부품 값이 많이 내려간다고 하니 상담 전화가 20% 가까이 늘었고, 방문객들도 가격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내린 것인지 꼼꼼히 체크했다"고 말했다. 미국산 자동차의 경우 부과되던 8%의 관세가 이날부터 4%로 인하되고, 2016년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유럽 일본보다 낮은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FTA를 계기로 가격인하와 함께 대대적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분위기는 분명 반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냉담한 반응을 보인 소비자도 있었다. 한ㆍ칠레 FTA 이후 칠레와인가격이나, 한ㆍEU FTA이후 유럽산 자동차 및 명품가격만 봐도 결국은 판매업자나 유통업자의 배만 불리게 된다는 것. 마트에서 만난 한 주부는 "처음에 잠깐 인하했다가 결국 값이 다시 오르지 않겠나"면서 "좀 비싸더라도 농산물만큼은 우리 것을 먹을 생각이지만 국산제품 기반자체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강은영기자 kiss@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김아람(숭실대 글로벌미디어3)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