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승균(38∙KCC)은 은퇴하는 순간까지 '소리 없이 강한 남자' 다웠다. 아쉬운 표정은 숨길 수 없었지만 끝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대신 마음 속으로 울었다. 추승균이 15년 동안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었다.
추승균은 15일 서울 서초동 KCC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이 떨린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너무나 행복했고, 즐거웠다"며 "많은 것들을 이뤄냈기 때문에 이 자리에 행복한 마음으로 앉아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추승균의 은퇴를 축하하기 위해 허재 감독을 비롯 전태풍, 하승진 등 선수단 전원이 참석했다.
1997년 KCC의 전신인 현대에 입단한 추승균은 이상민(은퇴), 조성원(삼성 코치)과 함께 뛰며 '현대 왕조'를 구축했다. 서로 호흡이 워낙 잘 맞아 '이성균 트리오'로 불렸다. 이들은 총 세 차례(1997~98, 98~99, 2003~04) 우승을 맛봤다.
추승균은 "형들과 함께 뛸 때 가장 행복했다. 같이 오래 뛴 만큼 기억에 오래 남는다. 특히 (조)성원이 형이 3년 만에 다시 돌아와 KCC에서 우승했던 2003~04 시즌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성원 코치 역시 그 순간이 선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이상민은 추승균이 은퇴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전화를 걸어 "그 동안 수고했다. 푹 쉰 다음에 향후 방향을 잘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15년간 줄곧 한 팀에서만 뛴 추승균은 프로 선수 중 가장 많은 챔피언 반지 5개를 꼈다. 통산 성적은 738경기(2위) 1만19점(2위) 1,715리바운드(15위) 2,066어시스트(8위) 552스틸(13위). 선수로서 이룰 건 다 이뤘다.
그는 자신의 농구 인생을 93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선수보다 많은 걸 이뤘으니 93점 정도는 줘야 한다. 7점을 뺀 이유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상(MVP)을 한 번도 못 받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든든한 주장의 은퇴에 후배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승진은 "훌륭한 선배를 떠나 보내니 착잡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또 전태풍은 "정말 최고의 리더였다. 항상 코트에서 다독여주고 힘을 실어줬던 형님이었다. 3년 동안 고마웠다"고 말했다.
추승균은 당분간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한 뒤 구단과 상의해 지도자 수업을 받을 예정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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