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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분수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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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분수들에 대해서

입력
2012.03.1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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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는 분수들, 그래 유리로 된 그

알 수 없는 나무들의 많은 것을 알 것 같다.

몹시 큰 꿈들에 사로잡혀 언젠가

펑펑 쏟았다가, 그후 잊어버린 내 자신의

눈물을 이야기하듯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늘들이 숱한 사물과 붐비는 무리를 향해

손들을 뻗치고 있음을 나는 잊었는가?

언제나 나는 기대에 찬 부드러운 저녁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오래된 공원들에서,

그리고 선율로 흘러넘치고,

활짝 열린 연못에 어리는 듯

점차 진실해져가는,

낯선 소녀들에게서 솟아오르는 창백한 노래에서

더할 나위 없는 위대함을 보지 않았던가?

내가 할 일이란 분수들과 내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회상하는 것뿐이다. 그러면

지금도 나는 분수의 물에서 보았던

하강의 무게를 다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땅을 향했던 나뭇가지들과,

작은 불꽃과 함께 타오르던 목소리들과,

물가만을 유약하고 이지러지게

반복했던 연못들을 알고 있다,

(후략)

● 라이너 마리아 릴케씨, 미안합니다. 지면 때문에 이 멋진 시를 스무 줄쯤 생략했어요. 몹시도 큰 꿈을 꾼 날이 있었지요. 넓은 공원에서 친구들과 돌아가며 시를 읽는 꿈. 한 줄도 생략하지 않고서요. 읽다 지치면 빛나는 분수도 함께 바라보고. 이렇게 시구들을 무자비하게 줄여야 할 때면 꼭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가 된 기분이에요. 그 거인은 지나가는 행인을 쉬게 하겠다고 잡아다가 큰 사람은 자르고 작은 사람은 늘여서 자기 침대에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시를 이리 대접해서야 쓰겠냐고 화를 낼 수도 없어요. 모든 꿈들이 얼마나 솟아올랐다 눈물처럼 쏟아졌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올 봄에도 몹시 큰 꿈을 꾸어봅니다. 모두들 운명의 침대에 강제로 눕혀져 잘리고 헐거워지며 하강하겠지만, 뭐 어쩌겠어요. 기대에 찬 부드러운 저녁이 우리를 또 기다리는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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