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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원전 사고 은폐/ 주재관 줄여 안전업무 '구멍'… 비상임위원은 자리만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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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원전 사고 은폐/ 주재관 줄여 안전업무 '구멍'… 비상임위원은 자리만 지켜

입력
2012.03.1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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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원전에 주재관을 파견하고도 사고 발생을 한달 넘게 까맣게 몰랐던 원자력안전위원회(안전위)의 허술한 관리체계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안전위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관장하던 원자력 안전규제, 핵통제 등 업무를 분리해 지난해 10월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했다. 교과부가 원자력 진흥과 안전규제를 함께 담당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으나 논의만 무성하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독립이 이뤄졌다.

원자력 도입 반세기만에 규제 독립기관이 탄생했지만, 출범 당시부터 정부가 원전 확대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됐다.

가장 큰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현재 안전위 직원 82명 가운데 순수 안전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62명으로, 총 21기인 원전 1기당 3명에 불과하다. 원전 선진국으로 꼽히는 캐나다(47.2명) 미국(37.7명) 프랑스(7.4명)는 물론 일본(10.4명)에도 크게 뒤진다.

당초 안전위 측은 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력 125명을 요구했으나, 행정안전부는 '작은 정부' 방침을 내세워 82명으로 대폭 줄였다. 그나마도 추가 인력 채용이 소수에 그쳐 안전위 내 인력이 태부족하자 원전 현장에 파견된 주재관을 끌어올리는 편법이 동원됐다. 교과부 시절 고리ㆍ영광ㆍ월성ㆍ울진 원전본부에 각각 3명씩 파견하던 주재관을 1명으로 줄였다. 주재관 외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도 본부당 3,4명씩 주재원을 파견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감시하는 눈이 줄어들다 보니 관리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

안전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KINS의 주재원 12명(고리ㆍ울진 4명씩, 월성ㆍ영광 2명씩)을 내달 추가파견하기로 했으나, 아직 모집 공고도 내지 못했다. KINS 관계자는 "연구원들 상당수가 지방 근무를 꺼려 신청자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안전위의 인적 구성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출신인 강창순 위원장은 내정 당시부터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로부터 "원자력 진흥에 애써온 부적격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강 위원장은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원자력사업자 단체인 한국원자력산업회 부회장을 지냈다.

안전위가 사고 원인과 은폐 경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위원장 부위원장을 제외한 비상임위원 7명은 사건이 불거진 지 사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사냥개처럼 문제를 찾아 돌아다녀야 비상임위원들이 애완견마냥 얌전히 앉아 있는 꼴"이라며 "사무실에 앉아 보고만 받으면서 어떻게 제대로 된 감시를 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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