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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써전이다] <3> 김완배 고대구로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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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써전이다] <3> 김완배 고대구로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입력
2012.03.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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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췌외과 의사들에게는 다른 과 수술 때 수시로 SOS가 온다. 갑작스런 출혈이 생기는 등 긴박한 상황에서 종종 간담췌외과 의사가 해결사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간담췌외과는 여러 외과 중에서도 수술이 가장 어렵다는 분과다. 간과 담낭(쓸개), 췌장 등 여러 장기를 다루다 보니 우선 병의 종류나 상태가 너무 다양하다. 게다가 많은 장기와 혈관들이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있어 수술 중 응급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김완배(45) 고대구로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그래서 "어려운 수술 한번 하고 나면 온몸에서 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특히 많이 진행된 간암이나 담관암 수술 땐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한다. 이렇게 난이도 높은 수술을 계속해야 하는 외과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타고난 손기술이 아니라 공부하는 자세라는 게 김 교수의 신념이다.

양손 자유자재로 써야

김 교수가 요즘 파고 들고 있는 수술은 단일통로 복강경으로 하는 담낭절제술과 간절제술이다. 단일통로 복강경 수술은 말 그대로 배 부위에 구멍을 하나만 뚫고 서너 가지 기구들을 넣어 하는 수술이다.

"이 수술을 할 땐 마치 장애우가 된 듯한 느낌도 들어요. 사실 인체공학적으로 의사한테 아주 불리한 방식이거든요." 배를 가르는 전통적인 개복수술은 장기를 입체적으로 보고 직접 만지면서 하기 때문에 의사에겐 편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이에 비해 배에 뚫은 구멍으로 기구를 넣은 채 뱃속은 모니터로 봐야 하는 복강경 수술은 수술 중 의사의 공간지각이나 시야확보에 혼선을 줄 수 있다. 그래도 개복수술에 비해 수술 후 흉터가 덜 남고 통증도 적은 복강경 수술을 환자가 선호하기 때문에 요즘 담낭 제거는 대부분 복강경으로 한다.

일반적인 복강경 담낭절제술은 배에 구멍을 3, 4개 뚫는다. 구멍 2개에는 집도의의 양손이 쓰는 기구가, 나머지에는 복강경과 보조의사의 기구가 들어간다. 이때 집도의의 왼손은 조직을 이리저리 당기면서 시야를 확보해주고, 오른손은 자르거나 벗겨내는 역할을 한다.

"구멍을 하나 뚫고 수술하다 보면 좁은 통로 안에 들어가 있는 여러 기구가 부딪히기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지가 않죠. 양손에 쥔 기구가 교차되면서 왼손과 오른손의 역할도 수시로 바뀔 수가 있어요. 안전하게 수술하려면 결국 두 손을 자유자재로 써야 하는 거죠. 구멍을 서너 개 뚫고 수술하는 데 익숙한 의사라도 이런 단일통로 방식에 새롭게 적응하려면 경험이 필요합니다."

"의료도 환자 요구에 부응해야"

사실 단일통로 복강경 담낭절제술은 의료계 안에서도 필요성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굳이 왜 구멍을 하나만 뚫고 어렵게 수술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구멍 서너 개 뚫는 일반적인 복강경 담낭절제술과 비교해 환자가 수술 후 겪는 통증이나 회복기간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 교수를 비롯해 단일통로 복강경 수술이 그래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집도의들은 미용효과라는 확실한 장점을 이유로 든다. 배에 구멍을 뚫었던 자국이 여기저기 남는 것과 배꼽에 보일 듯 말 듯 살짝 남는 건 큰 차이라는 것이다.

"단일통로 복강경 수술에 회의가 들어서 한동안 손을 놓기도 했어요. 하지만 생각이 다시 바뀌었죠. 의료도 이제 환자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봐요. 미용효과가 의사에겐 별 거 아닐지 몰라도 환자에겐 의미가 크니까요. 실제로 20대 미혼여성에게 단일통로 복강경 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상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아주 고마워하더군요."

수요자가 있다면 처음엔 익숙하지 않고 어렵다 해도 누군가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수술에서도 서비스 공급자(의사)가 아닌 수요자(환자) 중심의 사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담낭을 수술로 떼내야 하는 경우는 담낭암이 생겼을 때, 고여 있던 담즙이 엉겨 붙어 생긴 돌(결석) 때문에 소화불량이나 통증이 나타날 때, 혹(용종)이 1cm 이상 커져 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을 때 등이다. 하지만 항상 단일통로 복강경 방식으로 수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염증이 심해 조직끼리 서로 달라붙거나 피가 계속 스며 나오는 경우엔 한 구멍을 통해서만 수술하다 보면 수술할 부위의 구조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워 자칫 다른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어요. 이럴 땐 일반적인 복강경이나 개복 방식으로 수술할 수밖에 없습니다." 담낭 수술보다 훨씬 출혈이 많은 간 절제 수술에도 단일통로 복강경 방식은 간암이 떼내기 쉬운 부위에 작게 생긴 경우 등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

그가 외박하는 이유

복강경 수술은 1987년 처음 세상에 나왔다. 외과에 정착된 지 불과 30년도 안 됐다. "단일통로 복강경 간절제술은 그 중에서도 아주 최신 방식이에요. 아직까지 학계에서 집중적인 연구가 안 된 수술인 만큼 공부가 많이 필요하지요."

김 교수는 종종 외박을 한다. 윤氷梔珦?아니어도 새벽까지 병원에 남아 논문을 읽으며 새 지식을 충전한다. 그는 "아무리 똑똑하고 손기술이 좋다 해도 공부에 게으른 건 용서 안 된다"고 말했다. 의사의 게으름이 환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는 곳이 바로 외과이기 때문이다.

그가 용서 못 하는 의사가 또 있다. 약자에게 권위적인 의사다. "한 후배 전공의가 병실을 돌고 있는데, 간호사가 환자 상태를 보고한다고 전화를 한 모양이에요. 그 전화에 대고 지금 회진 중인 거 모르냐고 대놓고 윽박지르는 걸 봤어요. 평소 제겐 깍듯한 후배였는데 말이죠."

김 교수는 그 후배를 따로 불렀다. 그리곤 "나한테 잘 보이고 싶냐"고 물었다. "당연히 그렇다"고 답한 후배에게 그는 따끔한 충고를 던졌다. "나한테 100번 잘 하는 거 소용 없다. 너보다 힘 없는 사람한테 말 한 마디 친절하게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

"의료현장에서 의사가 중심이 돼야 하는 건 맞아요. 특히 수시로 응급상황이 생기고 순간적인 판단이 생명을 좌우하는 외과에선 더욱 그렇죠. 하지만 그렇다고 의사가 언제나 누구에게나 권위를 내세워야 한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의사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다. 간호사든 환자든 보호자든 상대를 먼저 배려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의사가 하는 일의 70~80%는 보통 사람도 교육 받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머지 20~30%만이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일이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성실성과, 사명감, 윤리의식이죠. 그래야 메스를 들 자격이 있습니다."

■ 김 교수와 담낭질환 일문일답

"담낭 떼내도 몸이 알아서 적응해요"

Q. 담낭 결석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A. 현재로선 의학적 효과가 증명된 예방법은 없다. 결석이 더 커지지 않게 해주는 약이 있지만, 그걸 먹는다고 결석이 안 생기는 건 아니다.

Q. 담낭 떼내면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나.

A. 수술 후 2, 3개월 적응기간 동안 소화불량 같은 불편함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수술 전보다 증상 개선 효과가 훨씬 크다. 담낭은 단순히 담즙을 저장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소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별히 가려야 할 음식도 없다. 담낭이 없어지면 담즙이 담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장으로 내려가도록 몸이 적응하게 된다.

Q. 담낭에 문제 생기면 꼭 수술해야 하나.

A. 결석이 생겨도 별 증상이 없으면 수술 안 해도 된다. 하지만 담석이 크거나 당뇨병 등 다른 병이 있을 땐 제거하는 게 좋다. 결석이 작으면 초음파나 레이저로 깨서 소변 등으로 배출하는 방법도 있는데, 최근엔 잘 쓰지 않는 추세다. 용종은 1cm가 넘으면 암이 될 가능성이 커 수술을 권한다. 1cm보다 작아도 흡연 등 암 위험요인이 있으면 수술하는 게 좋다.

Q. 수술 후 자꾸 걸으라는데, 왜인가.

A. 수술 후 숨을 크게 쉬고 빨리 걸으면 폐나 간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되고, 합병증 위험도 줄어든다. 이는 정형외과 일부 수술 빼고 대부분의 외과 수술에서 공통적이다. 특히 복강경 수술은 뱃속에 가스를 넣기 때문에 폐에 부담이 가게 돼 수술 후 호흡이나 운동이 더욱 중요하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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