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밝은 상인이 옆 동네로 눈을 돌린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십중팔구는 제 구역에 더 늘어날 고객이 없거나 경쟁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의 상황이 딱 그렇다. 현재 국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8%에 육박한다. 생보사들의 자산 대비 영업이익률은 5%대에서 4%대로 떨어졌다.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에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하다 보니 이익은 점점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러다 동반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보사들의 해외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15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현재 해외시장에 진출한 생보사는 삼성생명을 비롯해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사 3곳이다. 이들이 특히 힘을 쏟고 있는 곳은 아시아 신흥시장, 그 중에서도 중국이다. 중국의 생보시장은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세계 5위 규모인데다 매년 20%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중국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중국 생보시장은 2020년까지 연 평균 15% 이상 고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두주자 삼성생명은 이미 2005년 중국에 둥지를 틀었다. 본사에 해당하는 '중항삼성'이 베이징(北京)에 자리잡았고 텐진(天津)과 칭다오(靑島)에도 사업부가 있다. 2015년까지 거점 지역을 8개로 늘리고 방카슈랑스 영업을 중심으로 공격 경영을 펼쳐 점유율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강하다.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은 2005년 삼성그룹 근무 당시 중국본사 사장 겸 삼성전자 중국총괄 사장을 지낸 중국통답게 기회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중국시장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신시장이기 때문에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독려한다.
삼성생명은 현재 태국과 미국, 영국 등 8개국에도 12개 지점을 두고 있는데 향후 3~5년 내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 집중적으로 점포를 확장할 계획이다. 삼성생명 측은 "원활한 해외사업 추진을 위해 해외사업팀을 해외사업본부로 확대 개편하는 등 조직을 재정비했다"며 "해외 진출이 계획대로 되면 2015년까지 연평균 7~8%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한생명은 올해를 중국시장 영업 원년의 해로 정했다. 지난해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한테서 합작 생보사 설립 인가를 취득한 대한생명은 올해 말 영업개시를 목표로 조직, 제도, 인프라 구축 등 작업을 추진 중이다.
중국 합작 생보사는 저장성(浙江省) 1호 외국계 자회사로 출범하게 되며 설립 초기엔 저장성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발전의 핵으로 떠오른 양쯔강 삼각주 지역에서 경쟁력을 다지고, 이후 상하이(上海)와 장쑤성(江蘇省), 쓰촨성(四川省), 둥베이(東北) 3성 등 전국으로 영업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은 "철저히 현지화하되 국내에서 성공한 영업전략도 접목할 생각"이라며 "보험계약 인수심사(언더라이팅), 고객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생명이 현지화를 강조하는 건 이미 진출한 베트남에서 이 전략으로 성공을 맛봤기 때문이다. 2009년 4월 국내 생보사 중 처음으로 베트남에 지분 100%를 출자해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3년여가 지난 현재 대한생명의 베트남 법인은 신계약 건수가 2만건을 넘는 등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성공의 비결을 현지화에 있다. 최고영업관리자, 재무관리자, 영업관리자 등 140여명의 임직원을 현지 인력으로 뽑았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베트남 보험시장과 금융산업에 밝은 이들이 설계사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구축해 조직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일본 도쿄(東京)와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설치해 영업 중인데, 현재 추가 해외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교보생명 측은 "해외 진출 시 겪게 되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게 관건"이라며 "중국 보험시장에 대한 자체 분석 외에도 베이징대 보험학과 전공학생에 대한 장학사업, 중국 최대 보험사인 차이나라이프(China Lifeㆍ中國人壽)와 인적교류 등을 진행하면서 진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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