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컴퓨터미인'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대중이 공감하는 아름다움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걸 수치로 입증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사실 이런 시도는 그리스 로마시대 '밀로의 비너스'를 포함한 유적에서 당대의 미학적 기준을 살펴보려는 노력에서 출발했는데, 요즘엔 브라운관에 비치는 연예인들의 신체비율을 분석하는데 더 많이 사용된다.
아름다움을 논하는데 숫자놀음이 성행하게 된 것에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몸의 아름다움을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입장에선 이런 수치들이 꽤나 참고가 되곤 한다.
여성의 몸매에 관한 황금비율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비밀은 허리에 있다. 많은 이들이 가슴이나 엉덩이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요즘엔 전체적으로 날씬하면서 몸매의 곡선이 살아있어야 아름답다고 보는데, 몸매의 곡선이 가진 가장 핵심적 척도가 바로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WHR)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비율은 허리:엉덩이=0.7:1이다. 허리가 24인치라면 34~35인치의 엉덩이를 지닐 때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두 번째 비밀은 가슴둘레와 엉덩이둘레의 비율이다. 서양에서는 두 값이 같을 때 완벽한 비율이라고 한다. 밀로의 비너스 역시 이런 비율을 갖고 있다. 그러나 36-24-36의 사이즈는 서양인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 한국인이 이 같은 사이즈라면 상체 비만이 의심될 정도로 균형이 깨져 보이기 쉽다. 날씬함과 풍만함을 동시에 주기 위해서는 엉덩이보다 1, 2인치 작은 톱바스트 치수(양쪽 유두를 지나는 가슴둘레)가 균형 잡혀 보인다.
가슴의 모양 역시 중요하다. 인류학자들이 1990년대부터 분류한 결과를 보면 밥 공기를 엎어놓은 것 같은 가슴은 대대로 부자연스럽다고 평가돼왔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원추형으로, 정면을 향했을 때 쇄골의 중심과 유두를 연결한 선이 정삼각형을 이루는 형태다. 옆에서 봤을 땐 톱바스트가 어깨와 팔꿈치 중간에 있어야 하며 물방울 형태여야 한다.
덧붙여 가슴이 그리는 등고선도 고려돼야 한다. 다른 부분이 완벽해도 이 등고선의 비율이 깨지면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유두, 유륜, 유방의 직경 비율이 잘 어울려야 예쁜 가슴이 되는 것이다. 필자가 크기와 모양 조건을 충족하는 국내 20~30대 여성 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두, 유륜, 유방의 평균 직경 비율은 1:3:9로 나타났다.
성형외과 진료 현장에선 이 같은 수치가 교과서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산술적으로 완벽한 수술이 완성됐을 때보다 여성 스스로가 가진 곡선미와 건강미가 제대로 살아날 때 필자는 더욱 뿌듯함을 느낀다. 신은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들면서 고유한 아름다움을 부여했다. 그것을 제대로 발견하고 적당히 가꾸는 것이 인간의 역할일 뿐이다.
BR바람성형외과 원장·유방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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