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88 서울 울림픽. 당시 최대 규모로 화려하게 펼쳐진 축제의 이면에는 올림픽 때문에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쫓겨난 수많은 서민들의 눈물이 있었다.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에서 국제대회 개최를 앞두고 집 없는 서민들이 살던 곳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4일 보도했다. 20여년 전 서울, 2008년 올림픽이 열렸던 중국 베이징에서 일어났던 일이 똑같이 브라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리우 북서쪽 상주앙데메리티에 있는 오아시스 모텔. 성매매 업소였던 3층짜리 이 건물은 90년대 후반 폐업 직후 구리 파이프와 거울, 세면대 등 돈 되는 물건들이 모두 약탈당한 휑한 모습이다. 그러나 7년 전부터 ‘거리의 사람들’이 모여 들기 시작해 현재는 300명 가량이 제 집처럼 살고 있는 빈자의 보금자리다.
월드컵과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는 리우 시당국은 관광객들이 묵을 호텔 건설 등 숙박업소 정비에 한창이다. 오아시스 모텔 역시 재건축 대상이다. 시당국은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자격 조건을 따져 연말까지 공공주택으로 이주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격이 안 되고 경제적 능력도 없어 거리에 나앉을 처지다. 이들을 달리 구제할 대안도 없다.
아이 셋을 데리고 221호에 살고 있는 다 실바(25)는 “월드컵 따위에는 관심 없다”며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식수가 나오고 위생시설을 갖춘 장소를 정부가 제공해주길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에서 주택 부족은 고질적 문제다. 리우를 포함, 700만호 가량이 부족하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도 이 때문에 재임(2003~2010) 당시 서민주택 100만호를 짓는‘내 집, 나의 삶’정책을 추진했다. 브라질 싱크탱크인 게툴리오 바르가스 재단은 지난해 극빈층이 8% 가까이 떨어지는 등 불평등이 크게 개선됐다고 최근 발표했지만, 오아시스 모텔을 ‘새로운 희망의 콘도’라 부르는 이들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현재 리우에만 하루 2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지내는 극빈층이 35만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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