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인당 1대를 돌파한 휴대폰 보급률 급상승의 이면에는 휴대폰을 팔아먹기 위한 대기업들의 ‘꼼수’가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동통신서비스 3사(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와 휴대폰 제조 3사(삼성전자ㆍLG전자ㆍ팬택)가 서로 짜고 턱없이 가격을 부풀린 뒤 할인가격(실은 정상가격)으로 휴대폰을 공급해 온 것이다. 이들은 80만원짜리 휴대폰에 100만원 가격표를 붙여놓고 “20만원을 깎아주겠다”며 조삼모사(朝三暮四ㆍ교활한 꾀를 써서 남을 속임)식으로 고객들을 유인했다.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5,251만명(100명당 105대꼴)에 달한다. *관련기사 17면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2010년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뒤 보조금 지원을 통해 대폭 할인해주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여 온 이동통신 3사와 휴대폰 제조 3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53억3,000만원을 부과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기간 이동통신 가입자가 4,350만명에서 5,077만명으로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최소 727만명 이상이 이들 업체의 상술에 놀아난 셈이다.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로 통신사와 제조사가 처벌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은 209개 휴대폰 모델의 공급가를 향후 지급할 보조금을 감안해 고의적으로 높게 책정했다. 이들 모델의 평균 보조금 지급액은 23만4,000원으로 공급가의 40.3%나 됐다. 통신사들은 44개 모델의 출고가를 제조사 공급가보다 평균 22만5,000원 높게 책정한 뒤 그 차액을 보조금인양 악용했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보조금이 많을수록 비싼 제품을 싸게 구입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이용한 것으로, 명목상 보조금은 실질적인 할인 혜택이 전혀 없는 착시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통신사의 경우 SK텔레콤이 202억5,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KT(51억4,000만원) LG유플러스(29억8,000만원)가 뒤를 이었다. 제조사는 삼성전자(142억8,000만원) LG전자(21억8,000만원) 팬택(5억원) 순이었다. 공정위는 “부당 고객유인행위를 주도한 통신사들에 더 많은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제조사가 대리점, 양판점 등에 직접 공급하는 휴대폰 물량을 20% 이내로 제한한 SK텔레콤에 과징금 4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SK텔레콤이 자사 유통 휴대폰과 제조사가 직접 유통시키는 휴대폰 간 가격경쟁을 제한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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