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경찰서 경찰관이 수사지휘 검사를 상대로 낸 고소장 하나가 검ㆍ경 간 해묵은 갈등을 다시 들춰냈다. 이번 건을 개인 대 개인의 고소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수사지휘라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검찰과 수사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경찰의 수사권 다툼이 이번 갈등의 뿌리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지난해 검ㆍ경은 두 수장이 직을 걸고 5개월여 간 샅바싸움을 벌였지만, 검찰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해 6월 국회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경찰을 수사 주체로 인정했지만, 수사권 관련 세부 사항을 규정하는 대통령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중재를 맡은 총리실이 지난해 11월 결국 검찰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 범위에 내사를 제외 시키고, 검찰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한 독자적인 수사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또 경찰이 수사중인 사건을 중단시키거나 검찰이 가로채던 관행을 막으려 '수사중단 송치명령'을 제외해달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국 예외조항으로 들어갔다.
현직 검사들이 줄줄이 연루돼있는 '기소청탁' 의혹, 밀양의 검사 고소건 등에 경찰이 강한 수사의지를 보이고 검찰은 노골적인 불쾌감을 보이는 이유도 당시 갈등이 밑바닥에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검ㆍ경의 서로에 대한 불신은 치졸한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검사를 고소한 밀양서 정모 경위에 대한 조현오 경찰청장의 섣부른 옹호발언에 이어진 검찰의 사건 이송지휘가 대표적인 경우. 검찰은 2006년 검찰총장 명의로 경찰청에 '사건 이송지휘 건의제도 폐지 통보' 공문을 보내 "2006년 2월 1일부터 검사의 경찰에 대한 사건 이송지휘를 폐지하기로 해 이를 통보한다"고 못박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밀양고소사건에선 사문화된 규정을 꺼내 사실상 수사를 중단시키는 방해작전을 펴고 있다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이러다 보니 최근의 검ㆍ경 갈등은 국민의 이해와 무관한 조직간 힘겨루기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부글부글 끓던 검ㆍ경은 이러한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일단 14일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틀째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검찰도 공개적인 발언을 삼갔다. 대검 관계자는 "경찰의 '도발'에 대해 일일이 공식 대응하는 것보다 각 사례 별로 법과 원칙에 맞게 제대로 수사지휘하면 된다"고 밝혔다.
두 조직이 말을 아끼고 있는 데에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대검이 공식 반응을 보이면 결국 일반 국민들에겐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게 뻔하다"(대검 관계자), "즉각 대응에 나서면 두 조직의 점입가경 싸움 구도가 돼 본질이 희석될 수 있다"(경찰청 관계자)는 발언을 보면 그렇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검찰이 이송지휘 근거로 내세운 형사소송법 4조 1항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검찰에 수사 재지휘를 건의하는 식으로 검찰의 이송지휘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검찰이 다시 이송지휘를 내리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다른 수사 사안으로 검ㆍ경 갈등 전선이 확대될 수도 있다. 거중조정을 하고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청와대의 레임덕 현상과 맞물려 앞으로 양측의 확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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