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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기관사들 5호선 기피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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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기관사들 5호선 기피 이유는

입력
2012.03.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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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를 겪다 1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의 근무환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황장애를 초래 또는 심화시킬 만한 여건이 뭐였느냐는 것이다.

서울지하철 1~8호선 전체노선을 조사한 결과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운행하는 5~8호선의 경우 5, 6호선에선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도, 기관사도 햇빛을 볼 수 있는 구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호선의 경우 총 구간 40.2㎞에 달한다. 기관사는 한번 근무를 설 때(왕복운행) 176분간 햇빛을 전혀 보지 못하게 된다. 6호선도 운행거리가 22㎞에 달한다. 또 7호선(37.8㎞)과 8호선(14.5㎞)도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터널구간이다. 반면 서울메트로가 운행하는 1~4호선의 경우 짧게는 2.7㎞(3호선)에서 길게는 13.9㎞(2호선)구간이 지상구간으로 돼 있었다.

이와 관련, 이창한 정신과 전문의는 "장시간 터널 속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고 공황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부작용이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관사들도 지상구간의 유무에 따라 업무피로도나 기분이 확실히 다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하철 7호선 기관사 김모(44)씨는 "41개 역을 지나면서 유일하게 햇빛을 볼 수 있는 구간이 뚝섬역과 청담역 사이 약 2㎞ 구간이다. 날씨가 좋을 때면 운행에 지친 몸이 그나마 풀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햇빛을 전혀 볼 수 없는 지하철 5호선 기관사 오모(41)씨는 "길게는 3시간 가까이 열차 운행을 하면서 터널 속에서만 근무를 하다 보면 햇빛이 그리워진다"며 "승용차를 타더라도 창 밖을 보면서 피로를 푸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 종일 암흑 속 터널을 달리는 우리들은 어떻겠냐"고 하소연했다. 공황장애를 앓았던 기관사도 5호선 구간을 운행 중이었다. 이 때문에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들은 상대적으로 터널구간이 긴 5, 7호선 운행을 부담스러워 한다. 윤승훈 도시철도공사노조 홍보국장은 "기관사들 사이에 특히 노선 길이가 길고 전혀 햇빛을 볼 수 없는 5호선 운행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우영섭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는 "기관사들은 햇빛을 보지 못해 신체리듬이 불규칙적인 환경에 놓여있다. 근무시간 외에 최대한 운동, 취미생활을 보장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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