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증거인멸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폭로하지 말라며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청와대가 불법사찰 사건에 개입한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장 전 주무관은 14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8월8일 서울 신길역 부근 음식점에서 공인노무사 이모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은 "이씨는 5만원권 지폐로 2,000만원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면서 '이영호 전 비서관이 마련한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쓰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장 전 주무관은 "전임자 김모씨의 소개로 이씨를 알게 됐는데 그는 이 전 비서관과 같은 경북 포항 출신"이라며 "2시간 동안 만나 사양하다가 결국 받았지만, 지난주에 2,000만원을 이씨에게 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2,000만원의 출처에 대해서는 "이 전 비서관과는 직접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어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은 이 전 비서관이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끝난 지난해 5월 중순에도 자신의 직속상관이었던 진경락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통해 금품 전달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장 전 주무관은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의 연락으로 진 전 과장을 종로구청 앞에서 만났더니 2,000만원이 담긴 비닐봉투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 전 과장이 '이 전 비서관이 어렵게 마련한 돈이니 꼭 받아가라'고 말했지만 차에 두고 내렸더니 화를 냈다"고 말했다.
진경락 전 과장은 그러나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무슨 돈이 있어서 돈 전달을 하겠느냐"며 장 전 주무관의 주장을 부인했다. 장 전 주무관은 이에 대해 "나는 팩트만 말했다. 기억이 안 나면 되살려 주겠다"고 반박했다.
장 전 주무관은 또 "진 전 과장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특수활동비 중 매월 280만원을 이 전 비서관이 소속됐던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 전달했다"며 "봉투 3개에 200만원, 50만원, 30만원씩 담아 각각 이 전 비서관과 비서관실 국장, 최종석 전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장 전 주무관은 청와대가 총리실 돈을 '상납'받은 이유에 대해 "나 같은 말단은 시키는 대로 할 뿐이며 그 이유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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