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총선 전략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정권 심판론'을 화두로 잡았지만 현안별 대응에선 좀처럼 뚜렷한 전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오버랩시키는 전략 역시 아직까지는 '2%' 부족한 상태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14일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연일 메가톤급 폭로를 하고있지만 여야 정치권의 공천 얘기에 묻혀 크게 주목 받지 못하고 있어서 답답하다"면서 "이슈를 제기하는 방식과 시점 등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최근 각종 현안에 대한 이슈 파이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에 관여했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지만 아직까진 파장이 크지 않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은 오히려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고, 정수장학회와 유신체제 비판 등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공세는 잔 펀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컨트롤타워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어떤 이슈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제기할지, 여러 이슈들을 정권 심판론으로 어떻게 묶어낼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국정실패 공동책임론을 어떻게 각인시킬지 등에 대한 뚜렷한 밑그림이 없다는 얘기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만 해도 공천에 대한 비판 여론 무마용 정도로 활용되는 것 같다"면서 "지금의 혼선을 줄이려면 하루 빨리 선거대책위 체제로 전환해 기획ㆍ집행 단위를 정비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도 정권심판론 재점화에 안간힘을 썼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이 내세운 '747' 정책으로 소득 양극화가 사상 최악의 수준이 됐다"며 "1% 부자와 재벌을 살찌우는 MB노믹스를 폐기하고 99%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때리기'도 계속됐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박 위원장이 전날 부산을 방문해 "산업화 과정에서 피해를 본 분들께 사과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박 위원장은 모든 것을 말 한 마디로 해결하려는 듯한 참 편리한 정치인"이라며 "반민주화 독재 속에 상처받거나 희생된 영혼들이 마치 산업재해를 입은 사람처럼 취급돼서야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이 복지와 일자리, 경제민주화를 내건 플래카드를 만들었는데 사실상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 흉내내기에 불과하다"면서 "(박 위원장의)'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운다는 뜻) 폐지 없는 복지는 기만이자 악마의 유혹"이라고 비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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