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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사고은폐/ 안전委 주재관도 전혀 몰라…"은폐·축소 사례 더 있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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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사고은폐/ 안전委 주재관도 전혀 몰라…"은폐·축소 사례 더 있었을 것"

입력
2012.03.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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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발생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전력공급 중단 사고가 발전소 측의 조직적인 은폐로 한달 넘게 묻혔던 것은 국내 원전 안전관리 시스템이 총체적 부실 상태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고 발생시 대응 지침도, 안전관리를 위해 현장에 상주하는 주재원들의 감독 기능도 몇몇 간부들의 입 맞추기 앞에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현재까지 파악된 경위를 종합하면, 사고 은폐 모의는 당일 사고수습 직후 문병위 당시 발전소장의 주도로 열린 간부 회의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이 같은 대형 사고를 한달 넘게 감출 수 있었던 구체적 경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적지 않다. 한수원 관계자는 "(1호기에는)평소 300~400명이 작업을 하는데, 사고 당시 근무자들이 식사를 하고 교대하는 타임이어서 60~100명 가량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간부들이 은폐 결정을 내리면서 그 많은 직원들의 입 단속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일각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사후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수원 측의 늑장 보고도 짚어야 할 부분이다. 김수근 부산시의원이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아가 대외협력처장에게 사고 여부를 문의한 것은 지난 8일. 그러나 사고 이후 부임한 신임 본부장은 이틀 뒤인 10일에야 김종신 한수원 사장에게 전화로 보고했고, 김 사장은 11일 대면 상세보고를 받은 다음날에야 원자력안전위원회(안전위)에 이를 알렸다.

안전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파견해 상주하는 주재관 및 연구원 5명이 사고 사실을 12일에야 알았던 것도 허술한 원전 안전관리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24시간 가동하는 원전에서 주재원들이 정시 출퇴근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국희 안전위 안전정책국장은 "안전의식 결여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면서도 "보고 누락 사건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원자력 전문가나 시민단체 등은 이번 사건처럼 현장에서 은폐한 사고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런 일이 이번 한 번만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원전 사고가 뒤늦게 알려지거나 축소된 일이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경주핵안전연대가 KINS의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에 고시된 원전 사고ㆍ고장 현황을 참고해 만든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영광원전 5호기에서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 3,500여 톤이 바다로 유출됐으나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원자로를 정지시킨 건 1주일이 지난 뒤였다. 영광원전 측은 이런 사실은 즉각 알리지 않고 이틀 지나서야 공개했다. 1996년 영광원전 2호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84년과 1988년 월성 1호기에서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수가 유출된 사실은 1988년 국정감사에서 알려졌다.

원전의 경우 사소한 실수나 사고도 쌓이면 대형 참사를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보고하지 않으면 위에서는 뭐가 잘못됐는지 몰라 해당 작업자의 실수 또는 기계적인 오류를 바로잡지 못한다"면서 "실제 체르노빌이나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 폭발 사고 역시 작업자의 실수로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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