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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의 세상만사] 리더인가, 팔로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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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의 세상만사] 리더인가, 팔로워인가

입력
2012.03.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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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1 총선을 앞둔 여야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공약도 틀을 드러냈다. 관련 기사가 신문에 넘치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소 국회의원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던 일반인들이 새삼스럽게 국회의원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듯한 태도 변화에서 선거철임을 실감한다.

그런데 여야가 표를 달라고 후보자 얼굴과 이름을 알리고, 다음달 유권자들이 직접 뽑을 국회의원은 리더(지도자)인가 아니면 팔로워(추종자)인가.

의회민주주의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유권자가 뽑는 하원의원을 '대의원(Representative)'이라 부르고, 일본에서도 중의원 의원을 '다이기시(代議士)'라고 부른다. 유권자들을 대표해 그 정치적 의사를 대변하는 역할을 강조하는 명칭이다. '심부름꾼'이니 '머슴'이니 하는 국회의원 후보들의 약속과도 맥이 닿아 있다. 이런 말로만 보면 애초에 국회의원은 추종자일 뿐 지도자는 아닐 성싶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말 껍데기일 뿐 그 속살이 아니다. 자리에 걸린 권리와 의무의 내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어지간한 권리가 주어지기만 해도 '대의원'은 단순한 심부름꾼일 수 없다. 법치사회의 근간인 법률을 만들고, 300조원의 예산을 심의하는 '대의원' 자리라면 말할 것도 없다.

정치적 의사를 대변한다는 것도 말이 그렇지, 고정태(固定態)가 아닌 유동태(流動態)인 정치적 의사를 파악해 그에 따르기보다는 실제로는 '대의원' 스스로 의사를 형성해 동조자를 최대한 끌어 모으는 행위에 가깝다. 더욱이 투표를 하는 유권자들도 마음껏 부려먹을 '머슴'보다는 믿고 따를 만한 '지도자'를 뽑겠다는 의식이 강하다. 이래저래 국회의원은 추종자가 아니라 지도자이다. 따라서 인물이야 어찌 됐든 정당만 보고 투표할 게 아니라면 유권자는 후보들의 면면을 찬찬히 살펴 지도자의 자질과 역량을 가늠해보아야 한다.

사자 한 마리가 이끄는 백 마리 양 떼가 양 한 마리가 이끄는 백 마리 사자 떼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중동 지역의 속담으로 나폴레옹이나 <전쟁론> 의 저자인 클라우제비츠가 즐겨 인용했다고 한다. 지도자의 으뜸 덕목으로 사자와 같은 '용기'를 든 것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이 군주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무력'이나 '용기'를 뜻하는 '비르투스(Virtus)'를 든 것과 비슷하다.

전쟁의 시기에 곧바로 들어맞을 말인데도, 요즘 같은 평화의 시기에도 의미가 바래지 않는 것은 어느 조직이든 사회든 완전한 평화에 이르지 못한 때문이다. 기업은 치열한 시장경쟁을 헤쳐나가야 하고, 사회는 구성원의 이해 갈등을 극복해야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총칼을 들지 않았을 뿐이지 경쟁과 갈등의 심각상은 전쟁터와 다를 바 없다. '취업 전쟁'이나 '생활 전선' 같은 말에 특별히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다.

대개 조직의 역량은 스칼라량이 아닌 벡터량으로 이해된다. 면적이나 열량처럼 크기만 있는 아니라 방향과 크기를 함께 나타낸다. 두 사람이 정반대 방향에서 아무리 세게 밀어도 작은 바위 하나도 움직일 수 없듯, 구성원 각자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투사 방향이 천지사방으로 다르다면 조직 전체의 역량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지도자는 조직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결단, 꿋꿋이 밀고 나갈 수 있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지도력의 요체인 용기의 참뜻이다. 그런 지도력이야말로 구성원의 엇갈린 눈길을 한 방향으로 모아 조직 벡터량을 극대화한다. 다만 과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구성원의 식견이 높아진 지금 '나를 따르라'는 강압적 외침으로는 부족하다. 활발한 의사소통으로 갈등과 대결보다 화해와 통합의 분위기를 만드는 힘, 과거에 대한 일방적 비난 대신 선별적 비판과 미래지향적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

후보 가운데 과연 누가 조금이라도 더 이런 지도력에 가까울까. 판단은 이제 유권자의 몫이다.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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