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선 국내 마운드, 그러나 SK 타자들이 만만치 않았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9ㆍ한화)가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박찬호는 1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연습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 2.2이닝 동안 5안타 1볼넷 2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섭씨 5도의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좀처럼 투구 밸런스를 잡지 못했다. 5개의 안타가 모두 방망이 중심에 맞았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1회를 쉽게 넘기지 못했다.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인 셈이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1회말 1번 정근우를 상대로 애를 먹었다. 초구는 시속 142km짜리 직구. 바깥쪽으로 많이 높았다. 2구로는 슬라이더를 택했지만 역시 바깥쪽으로 많이 빠졌다. 0-2에서 던진 세 번째 공. 시속 143km짜리 직구였다. 하지만 정근우는 공이 한가운데로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중전 안타로 이어갔다. 잠시 고개를 저으며 숨을 고른 박찬호. 이후 2번 임훈에게 직구를 던지다 중전 안타를 맞았고, 최정에게는 큼지막한 희생 플라이로 첫 실점을 했다.
박찬호는 13타자를 상대해 초구 스트라이크가 4개 밖에 되지 않았다. 볼과 스트라이크는 눈에 띄게 차이 났다. 특히 3회 2사 후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선두 타자를 모두 출루시키며 위기를 자초했다.
3회에도 애를 먹었다. 무사 1,3루에서 임훈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준 뒤 1사 1루에서 3번 최정과의 승부가 아주 어려웠다.
초구에 던진 시속 139km짜리 직구는 또 한 번 높았다. 2구 체인지업은 홈플레이트 한 참 앞에서 떨어졌다. 이 때 1루 주자 정근우가 잇달아 베이스를 훔쳤다. 박찬호는 퀵 모션이 빠른 선수이기에 정확한 제구가 아쉬웠다. 결국 볼카운트가 1-3까지 몰렸고 최정에게 시속 130km짜리 슬라이더를 던지다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경기 후 "감격스럽다"고 말문을 연 박찬호는 "미국과 일본에서 던질 때와 느낌이 달랐다"면서도 "사실 팬들과 취재진이 많아서 좀 정신이 없기는 했다"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100% 전력 투구를 했지만 직구 제구가 잘 안 됐고, 서두르다 보니 밸런스도 전체적으로 맞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털어 놨다. 그러나 박찬호와 직접 맞선 SK 선수들은 박찬호의 빠른 퀵모션과 투구폼에 찬사를 보냈다. 이만수 SK 감독은 "이 정도면 주자들이 뛸 수 없을 만큼 수준급의 퀵모션"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습경기로는 이례적으로 30여 명의 취재진과 500여 명의 관중이 찾은 이날 경기는 SK가 6-1로 승리했다. KIA에서 SK로 옮긴 외국인투수 로페즈는 선발 4이닝 무실점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인천=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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