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의 완전정전 사고에 대한 소식을 처음으로 접한 김수근 부산시 기장군 시의원은 14일 “내가 사고에 대해 우연히 듣지 못했다면 지금까지도 사고는 은폐됐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고리원전1호기 사고 소식은 언제 알았나.
“지난달 20일쯤으로 기억한다. 지인들과 부산 기장군 한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일행들의 대화를 들었는데 ‘고리 1호기에서 사고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고리원전 본부 직원들이었나.
“당시 직접 물어보지 않아 그들이 누구인 지는 잘 모르겠다. 기억에 직원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 기기 점검이나 수리 때문에 고리원전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일 수도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떻게 했나.
“민간환경감시기구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평소 고리본부 측에서 ‘계획 정비한다’는 등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문자메시지로 알려왔지만 최근에는 사고 관련 메시지를 받은 적이 없어 유언비어라고 여겼다. 하지만 유언비어라면 바로 잡아야 하고, 사실이라면 확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8일 고리본부를 직접 찾아갔다. 내가 대외협력처장에게 사고여부를 물었더니 ‘모른다. 확인해보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김 의원의 요청에 대해 고리본부 측에선 언제 답변을 해왔나.
“그날 이후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발표 뉴스를 듣고 처음 알았다. 깜짝 놀랐다.”
-이번 사안을 어떻게 보나.
“처음 사실 확인을 요청한 시의원에게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안전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사고에 대해 제때 보고하지도 않는 등 한수원을 어떻게 믿고 원전을 맡길 수 있겠나.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백색경보를 발령해야 하는데 비상조치는커녕 자체적으로 사고 파악도 안됐다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후쿠시마 사고 1주년을 맞아 가뜩이나 부산 시민들이 예민한 상황에서 원전당국은 안전 불감증을 넘어 안전 망각증에 빠져 있는 셈이다. 정말 답답하고 불안하다.”
-한수원이 왜 사건을 은폐했다고 보는가.
“상급자까지 나서서 조직적으로 은폐 했는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대 사고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은폐하려 했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정말 현장에서 상급자에게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사고에 대해 우연히 듣지 못했다면 지금까지도 사고는 은폐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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