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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우고 나눠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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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우고 나눠야 행복하다

입력
2012.03.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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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이 거울에 비칠까. 그렇다면 우선 내 마음부터 비춰 보고 싶다. 잠시도 쉬지 않고 흐르는 세월에 실려 사느라 요즘 내게 무슨 부끄럼 없는지 새삼스러워서다.

우리 인생길에는 ‘비움의 고행’과 ‘나눔의 행복’이 있다. 비움은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요, 나눔은 내가 잠시 맡아 가지고 있던 것을 되돌려 주는 것이다. 우리가 주먹을 꼬옥 쥐고 있으면 그 안에 욕심이 차는데, 그 욕심을 버리고자 할 때 언제라도 주먹을 쫙 펴지 못하면 그 또한 우치(愚痴)에 다름없다.

또한 사람에게선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 사람 냄새가 무엇이랴. 일상에서 ‘본래의 나’를 잃지 않고 사는 삶의 지혜다. 내가 이미 받은 것들에 대해 마땅히 치러야 할 보상(감사)의 행위(지혜)에서 우러나는 훈김, 그것이다. 평소 보고 듣고 얻는 것으로 이웃에 선행을 베풀었다면 그들에게서 사람 냄새가 난다. 이를테면 수행의 첫걸음이다.

수행이란 무엇인가. 영혼을 맑히는 일이다. 일상에서 사물의 실상을, 내 안의 진심을, 내 생각의 구석구석을 살펴 깨달음에 다다르고자 하는 일이다. 따라서 진실한 수행은 곧 내 스스로 나를 발견하는 ‘눈뜸’이다.

흔히 사람들은 참선이나 기도 속에서 마음이 맑아진다고 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경우 자칫 관념적이기 쉽다. 현실적으로 마음이 비워지고 맑혀지려면 모름지기 선행을 해야 한다. 그 선행에 비움과 나눔이 공존하는 것, 법구경에 ‘착한 일을 두루하라, 그러면 마음이 절로 맑아질 것’이라 했음이 그에 다름 아니다.

마음이 맑아지려면 내게 하나가 필요할 때 하나를 더 욕심내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일상의 어떤 무엇에도 대가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자연을 보라. 어느 무엇이 우리에게 대가를 요구하는가. 하늘과 흙, 바람과 구름, 맑은 햇살과 공기 그 무엇도 우리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게 순수한 자연의 미소요, 또한 나눔의 바탕이다.

비움과 나눔은 그렇듯 선행에서 비롯되고, 그 사랑은 크고 작음을 탓하지 않는다. 크고 많은 것은 그것대로, 작고 적은 것은 또 그것대로 나눔의 뜻이 있다. 기쁨을 서로 나눠 가지면 그 몇 배로 즐거움이 커지고, 반대로 슬픔을 나누면 그 아픔이 덜하지 않는가. 살다 보면 두려움에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때론 갈등 속에서 본래의 나를 망각할 때가 없지 않으니까.

아무렴 가족이나 남녀간의 애틋함만이 사랑이 아니다. 내가 이웃을 즐겁게 해 주면 내 자신이 기쁘고, 이웃이 괴로우면 나 또한 괴로운 게 사랑이다. 케케묵은 말이겠지만, 오래전 우리는 비록 보릿고개를 겪으면서도 사람답게 사는 지혜와 의지가 강건했었다. 십구공탄을 고마워하는 이웃의 정겨움에 사람 냄새가 물씬했다. 결코 소소한 일이 아니었다. 일상에서 안으로 귀 기울이면 가슴이 비워지고, 그 나눔에서 사랑이 남는다. 그리고 그 사랑은 큰 희망, 큰 행복을 낳는다.

“모든 것은 마음에 있고, 마음은 자신을 존재케 하며, 그 존재로 인해 사는 이유가 있다.” 석가여래의 말씀이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을 늘 살피라는 일깨움이다. 기업기부 또는 기부재단, 기부천사에 기대는 나눔의 나비효과에 앞서 단 하루만이라도 내가 나를 차분히 들여다보자. 그 하루 숲길에 들어 모처럼의 포행(布行)에서 얻는 생각과 느낌을 살펴 참회하고 실행한다면 비움도 나눔도 먼 데에 있지 않다. 그 반야(般若) 그 사랑 바로 내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아침상을 물리고 내다보니 하늘이 탁 트이고, 창가에 내리는 햇살이 은혜롭기 그지없다. 서둘러 숲길에 들고자 집을 나섰다. 바라보는 눈높이 곳곳이 연둣빛인데 봄바람이 아직은 차다.

이은별 시인ㆍ도서출판 푸른숲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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