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광인 버락 오바마(51)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46) 영국 총리가 13일 농구장에서 핫도그 외교를 선보였다. 캐머런은 이날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오바마와 함께 대통령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 오하이오주 데이튼으로 향했다. 두 정상은 이곳에서 열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첫 경기에서 관중석 맨 앞줄에 앉아 핫도그를 먹으며 경기를 관람했다. 40분간 진행된 농구경기를 보기 위해 두 사람이 비행기로 오간 시간은 2시간20분. 그러나 경기장에서 캐머런은 오바마에게 영국의 인기 운동 크리켓을 가르쳐 주겠다며 스포츠 외교를 계속할 뜻을 비쳤다. 두 정상은 지난해 5월 영국에서 와이셔츠를 걷어붙이고 탁구를 하는 1차 스포츠 외교를 했다.
두 사람은 스포츠를 빼면 출신 배경에서 정책, 정치 이념까지 닮은 점이 별로 없다. 테니스와 크리켓을 좋아하는 캐머런은 축구경기에서 판정이 잘못되자 오심이라고 직접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NCAA 4강팀을 점 찍을 만큼 농구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최상류층 출신에 보수당 소속인 캐머런은 금융위기 타개책으로 강력한 긴축을 선택했고, 아프리카 유학생의 아들 오바마는 민주당 출신으로 금융위기 때 약 8,000억달러를 찍어내는 부양책을 택했다. 두 정상은 외교에서도 과거 양국관계와 다른 길을 걸어, 캐머런은 오바마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비판하고 지난해 리비아 사태 때도 미국과 달리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상은 스포츠를 가교 삼아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하는 페어 플레이를 하고 있다. 외국 정상으로는 캐머런을 에어포스원에 처음 태운 오바마는 14일 백악관 환영행사와 만찬에 파격적인 의전을 주문했다. 캐머런은 미 대선 본선에서 중요한 경합주(스윙스테이트)인 오하이오를 기꺼이 방문해 오바마를 정치적으로 지원했다. 두 정상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특별한 관계는 지속된다'는 제목의 공동기고문도 실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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