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2냐 빅4냐… 생보사 M&A '치열한 몸집 전쟁'
생명보험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작년 말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생보업계에 뛰어든 데 이어, 이달 초 금융지주사 계열로 탈바꿈한 농협생명이 가세했다. 농협생명은 업계 4위 규모인데다 공격경영을 예고하고 있어 업계에 미치는 충격파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금융지주사와 해외 보험사들이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소형 생보사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생보업계 1~3위인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이른바 ‘빅3’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4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자산규모 약 14조원인 동양생명이 매각을 위한 예비실사를 진행 중이다. 자산규모 약 21조원인 ING생명도 금융위기로 실적이 악화한 모회사 네덜란드 ING그룹이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2~3개 생보사들이 추가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생보업계 지각변동의 중심에는 빅3가 있다. 업계 내 독보적 위치를 공고히 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인수ㆍ합병(M&A)에 적극 뛰어들 태세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대한생명이다. 대한생명은 동양생명 인수를 놓고 미국 프루덴셜생명과 경쟁 중이다. 아직 매물로 나오진 않았지만 ING생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ING생명은 국내 수익성이 뛰어난데다 아시아ㆍ태평양 법인(7개)을 인수할 경우 해외 네트워크까지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만약 대한생명이 동양생명과 ING생명(한국법인)을 인수한다면 자산규모가 100조원을 넘어 ‘빅2’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때문에 ING생명의 향방은 금융권 전체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미 ING한국법인 인수의향을 내비쳤으며, 보험업 확대를 추진 중인 신한금융지주도 잠재적 경쟁 후보로 거론된다. 마누라이프(Manulife), 선라이프(Sun Life) 등 국내 미진출 해외 보험사도 인수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1위 삼성생명도 ING생명 인수전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4일 조회공시를 통해 “해외사업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ING생명 인수에 관심을 두고 검토 중이나 현재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특히 7개 ING 아ㆍ태 법인을 확보할 경우 국내 1위를 확고히 다지는 한편, ‘2020년 세계 생보업계 15위’라는 비전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 또한 필요하다면 언제든 M&A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에 뛰어들기보다는 유기적 성장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한 뒤 인수전에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M&A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시너지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거론되는 매물들은 (그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원하는 매물이 나올 경우 언제든지 인수할 수 있도록 준비는 이미 치밀하게 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빅3가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도 관심사다. 이들의 전략이 업계의 방향성을 실질적으로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 등장한 NH농협생명이 14개의 상품을 출시하며 공격경영을 선언한데다,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은행ㆍ증권사들과의 힘 겨루기도 한창이어서 빅3의 대응전략은 업계의 활로를 찾는 생명수일 수밖에 없다.
빅3는 우선 ▦우량고객 확보 ▦퇴직연금시장 점유율 확대 ▦미래 잠재고객 확보 등으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삼성생명의 삼성패밀리오피스, 대한생명의 FA(파이낸셜 어드바이저)센터, 교보생명의 노블리에센터 등 부유층 대상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기반으로 고객층을 확장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이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확대 가능성이 큰 만큼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 빅3 "고객 마음 점유율이 미래 경쟁력"
‘고객 중심의 경영만이 살길이다.’
요즘 생명보험업계가 요동치고 있지만, 리딩 보험사들의 지향점은 예나 지금이나 분명하다. 상품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으면 결코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빅3 생보사들이 미래 비전을 ‘고객’에 맞춘 것도 이런 원칙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삼성생명은 지난 6일 ‘2020 비전’을 선포하면서 고객이익 중심의 글로벌 라이프 파트너를 내세웠다. 박근희 사장은 “회사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으로 모든 제도와 업무 과정을 바꿔 고객에게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고객이익 중심의 회사로 탈바꿈해야 2020년 자산 500조원, 매출 100조원을 달성해 세계 생보업계 15위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이를 위해 전체 임직원 및 설계사 등을 대상으로 이달부터 고객이익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매달 박 사장 주관의 고객위원회를 열어 고객 불편ㆍ불만 사항을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보험금 지급 관련 과정도 대폭 간소화했다.
대한생명은 차별화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미 2007년부터 직원이 고객을 방문해 보험상담을 해주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고객이 최고경영자와 직접 소통하는 고객패널 제도를 확대했고, 스마트 환경에 맞는 고객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 신세대 고객들의 요구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대한생명은 2020년 ‘신계약 시장점유율 1위’라는 중장기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모집채널을 전국 7개 지역본부에서 10개 지역본부로 확대 개편하는 등 영업력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교보생명도 지난해 ‘고객보장을 최고로 잘하는 회사’를 목표로 한 ‘비전 2015’를 선포했다. 새로운 계약보다 기존 고객에 대한 유지서비스를 우선하는 ‘평생등든서비스’가 핵심이다. 이 서비스는 모든 설계사가 고객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해주고, 고객이 받지 못한 보험금을 찾아주고 있다.
지난 8개월 동안 2만여 설계사가 고객 120만명 모두를 찾아갔고, 그간 고객이 몰랐던 휴면 보험금 약 70억원을 찾아줘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전통적인 시장점유율(Market Share) 경쟁에서 벗어나 고객에 초점을 맞춘 마음점유율(Mind Share)에 주력하는 것이 보험사가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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