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쇼핑을 자주하는 A씨는 온라인 거래를 할 때마다 카드번호나 계좌번호를 입력하는 게 늘 찝찝했다. 혹시 금융사고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의 '유비페이(UbPay)' 덕에 이런 고민이 사라졌다. 인터넷 결제창에서 카드나 계좌이체 대신 유비페이를 선택했더니 청구내역이 바로 스마트폰에 떴고, 열린 문자창에 결제 전용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국민은행 계좌에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 계좌번호 유출 위험이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은행들이 계좌번호 대신 휴대폰번호만 있으면 송금, 인출, 결제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온라인 소액결제시장을 넘보고, 현금카드도 무용지물로 만들 기세다.
국민은행은 13일 은행권 최초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직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앱인 유비페이를 다운받아 결제계좌와 비밀번호를 한번만 등록하면, 온ㆍ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상품 구매 시 휴대폰 번호만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민은행 측은 "구매자의 금융정보 노출이 없어 제3자의 부정사용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며 "온라인쇼핑몰과 오프라인 커피전문점 등에서 시작해, 패밀리 레스토랑과 대형마트 등으로 가맹점을 점차 넓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결제시장 선점에 나섰다면, IBK기업(모바일머니)과 신한(ZooMoneyㆍ주머니), 하나은행(하나N월렛)은 사이버 송금, 인출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은행들이 내세우는 이름은 다르지만 서비스의 기본 구조는 '스마트폰의 앱 다운→앱에서 사이버 머니 충전→송금 또는 출금'으로 유사하다. 하나N월렛은 사용자가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충전한 사이버 머니(최대 50만원)를 친구에게 보내려 할 경우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폰 번호만 알면 앱을 통해 간편히 송금할 수 있다. 사이버머니를 받은 상대방 역시 문자로 받은 '출금용 인증번호'를 하나은행 현금입출금기(ATM)에 입력하면 현금카드 없이도 현금 인출을 할 수 있다. 이승철 하나은행 신사업추진부 차장은 "우리 고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하나은행 ATM의 전자지갑 메뉴에서 수수료 부담 없이 송금 받은 돈을 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서비스에 주력하는 것은 미래 고객인 10대 청소년과 20대 대학생, 사회 초년생 등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자사 고객이 아니어도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만 있으면 간단히 앱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고,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를 생략한 결제 방식을 구현한 것도 1020세대를 의식한 것이다. 앱에 각자부담(더치페이)에 편리한 '주세요' 기능(하나N월넷)을 넣거나, 경조사비 전송이 쉽도록 충전잔액 선물하기(신한 주머니) 등을 추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기 단계이다 보니 가맹점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장벽이다. 이날 모바일 직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국민은행은 가맹점이 아직은 2개밖에 되지 않는다. 전자지갑 시장에 뛰어든 하나은행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교환할 수 있는 모바일쿠폰 가맹점이 파리크라상, 던킨도넛츠 등 20여개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전자지갑 서비스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향후 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스마트폰 해킹이나 분실 시 사고 소지가 있다는 점도 숙제로 남아 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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