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해운업체인 스위스의 MSC사는 올해 1만2,000~1만4,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부피)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4척을 인도받는다. MSC사는 기존 선대에 초대형 컨테이너선 14척을 중심으로 새로운 선대를 꾸려 유럽, 아시아, 북미 항로에 투입시킨다는 방침. MSC가 세계 해운 시장의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 배를 더 늘리는 건 부동의 세계 1위 덴마크 머스크사와 세계 3위 프랑스 CMA-CGM사를 겨냥한 것이다.
지금 세계 해운시장은 '빅3'의 무한경쟁 시대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3사는 서로를 겨냥해 계속 몸집을 불리고 있으며, 지금 기세라면 세계 바닷길을 아예 싹쓸이할 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머스크의 전체 선복량은 214만TEU ▦MSC는 188만TEU ▦CMA-CGM는 120만9,000TEU이다. 전 세계 해운사 중 '100만TEU 클럽'에 가입한 곳은 이들 3개사 뿐이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47만TEU로 세계 9위 규모다.
하지만 3사는 올해 몸집을 더 키우고 있다. MSC사는 지난해 선복량 37만 TEU를 확대한 데 이어 올해 20만TEU 정도를 추가로 늘려 200만 TEU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세계 1위 머스크도 올 상반기중에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3척을 인도받는 등 MSC사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CMA-CGM사의 경우 올 한해 1만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8척 등 총 16척을 인도 받아, 세를 더욱 불릴 계획이다.
3사의 독주 속에 국내 양대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어차피 1 대1로 맞설 수는 없고, 비슷한 회사끼리 동맹을 맺어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한진해운은 다음달부터 해운동맹체 CKYH 얼라이언스 및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과 유럽 항로 서비스 제휴에 나선다. CKYH와 에버그린은 아시아~유럽 노선에 주 8회, 아시아~지중해 노선에 4회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시아-유럽 노선 주간 8회는 현존하는 세계 해운업계 최대 규모의 서비스로, 주로 8,000~1만3,000TEU 급의 선박 100척 이상이 투입된다.
현대상선은 아시아~유럽 항로의 기존 해운 연합체 TNWA(뉴월드얼라이언스)와 GA(그랜드얼라이언스)가 합쳐진 새로운 연합체 G6에 참여하고 있다. G6 얼라이언스에는 ▦TNWA 소속의 현대상선, 싱가포르 APL, 일본 MOL ▦GA에 속해있는 독일 하팍로이드, 일본 NYK, 홍콩 OOCL 등 6개 선사 참여하는데, 이들이 합치면 규모가 머스크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연합의 성과를 장담키는 어렵다. 아무리 동맹을 맺어도 결국은 자체 선복량을 늘려야 경쟁력이 생기는데, 현재의 시장상황이나 재무여건상 배를 늘리는 힘든 형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이 불황 일수록 규모를 키워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에 나서면서 국내 해운사들의 생존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연합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어렵더라도 규모를 키우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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