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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페더러-거북이 나달, 20초 서브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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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페더러-거북이 나달, 20초 서브 설전

입력
2012.03.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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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들이 경기운영을 너무 느슨하게 한다." (로저 페더러)

"만약 그렇다면 그것 역시 경기의 일부다."(라파엘 나달)

남자 프로테니스(ATP) 현역 최대 라이벌 페더러(31ㆍ스위스)와 나달(25ㆍ스페인)이 상대에게 서브를 넣는 시간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고 AP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이 통신은 올 시즌 첫 ATP 1000시리즈 인디언웰스 마스터스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일부 선수들도 페더러의 입장에 동조해 심판들의 느림보 경기운영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주심에게 매 포인트 순간마다 엄격하게 룰을 적용해 경기를 속도감 있게 진행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테니스 경기 규칙에 따르면 4대 메이저대회에선 포인트 득점 때마다 20초 이내에 서브를 넣어야 한다. ATP 투어대회에선 25초가 주어진다. 하지만 테니스 코트에 들어서면 선수들은 골프경기처럼 느릿느릿 게임을 풀어가고 있다. 주심 역시 이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기 때문에 규칙은 이미 사문화 된지 오래다.

서브시간 단축론자들은 느림보 운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5시간 53분이 소요된 2012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을 꼽았다. 이들은 노박 조코비치(25ㆍ세르비아)와 나달이 포인트를 따낸 후 서브를 넣기까지 30초의 시간을 허비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테니스의 자존심 앤디 로딕(30)은 한발 더 나아가 "테니스 시합 때도 농구 심판이 사용하는 전자시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미국 최대 일간지 USA투데이에 말했다.

실제 호주오픈 결승전은 1월29일 오후 7시30분(현지시간)에 시작돼, 다음날 새벽 1시를 넘겨서야 챔피언이 결정됐다. 선수는 물론이고 관중들도 졸린 눈을 비비며 경기를 지켜봐야 했던 것.

불필요한 동작 없이 깔끔한 경기운영으로 유명한 페더러는 "서브 제한시간을 엄격하게 따지는 심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나달과 4시간이 넘는 경기 동안 단 한차례도 나달에게 서브 시간제재를 가하는 심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비꼬았다. 나달은 이에 대해 "내가 느슨한 플레이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한 발 물러선 뒤 "이전부터 그런 지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서브 넣기까지 상대적 많은 시간 소요) 또한 경기의 일부다"라고 맞섰다. 나달은 또 "경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한다"며 "매 포인트 때마다 온 힘을 다했다면 체력 회복시간도 주어야 한다"며 "그것은 전적으로 심판의 고유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팽팽하다.

메이저대회를 주최하는 국제테니스연맹(ITF)의 고위 관계자는 "테니스 규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서브 시간 단축론자들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ATP의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는 서브 허용시간 20초가 충분한 반면 다른 한편에선 25초도 불충분한 경우가 있다"며 일률적인 적용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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