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를 맞는 산업별 희비는 극명히 엇갈린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섬유 등은 기대감에 부푼 반면, 축산농가와 함께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제약 등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란 반응이다.
우선 자동차는 두 단계를 거쳐 관세가 철폐된다. 2015년까지는 2.5%의 미국 측 관세는 유지되고 8%의 한국측 수입관세는 4%로 줄어든다. 당장 급격한 수출ㆍ판매 증대 효과를 누리기 어렵겠지만, 2016년부터는 양측 전 차종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다.
관세철폐는 호혜적인 것이지만, 확실히 미국보다는 우리 쪽에 혜택이 클 전망. 미국에서 한국자동차 인지도와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데 비해 국내에서 미국차는 아무래도 일본차나 유럽차보다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관세가 없어져도 미국차를 찾는 소비자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오히려 도요타처럼 미국에서 생산하는 일본차가 더 위협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완성차 업체들 역시 판매실적이 호전될 것이고 일본 도요타 등의 공세도 커질 것이 예상되는 만큼 안방시장 지키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회사들도 일단은 환영 분위기다. 하지만 한미 FTA가 100% 수익만 안겨주지는 않을 것이란 반응이다. 한 부품회사 관계자는 “완성차 회사와 부품회사는 밀접하게 맺어진 전속관계, 사실상의 갑을관계라 관세인하혜택이 그대로 부품회사 수익증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면서 “관세가 내려간 만큼 납품단가를 깎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섬유업계도 반색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섬유분야에서 평균 13.1%(최대 32%)의 관세가 폐지돼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합회는 15년간 연평균 4,800억원의 생산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제약업계는 산업기반 붕괴까지 걱정하는 상황. 지금까지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 가운데 예멘에 이어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받아들인 ‘허가-특허 연계제도’ 때문이다. 이 조항이 발효되면 그간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을 바탕으로 복제약이나 개량신약을 만들어 왔던 국내 제약사들은 특허침해소송이 제기되는 즉시 곧바로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국내 제약사들은 손발이 묶이게 되고, 소비자들 역시 비싼 오리지널 약을 구입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 정부 추산으로도 국내 복제의약품 생산은 10년간 연평균 686억~1,197억원 감소하고, 시장 위축에 따른 소득 감소 규모는 457억~797억원에 달한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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