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에 걸린 50대 영국 남성이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영국이 안락사 논쟁으로 시끄럽다.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럭비선수 출신의 회사원이었던 토니 닉린슨(57)씨는 2005년 갑자기 마비증세가 오면서 목 아래 부분은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할 수 없는 '감금 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는 가족의 간병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고, 의사소통을 할 때는 전자 장치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닉린슨씨는 "나의 삶은 비참하고, 무의미하고,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럽다"며 "편히 죽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의료진에 요청했다. 그는 생명연장과 관련한 일체의 약 복용을 수년째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은 안락사가 금지돼 있어 현행법에서 그는 '죽을 권리'가 없다. 의회 특별위원회가 최근 시한부 환자의 동의하에 의료진이 약을 투약하거나,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하는 간접 방식으로 자살을 돕는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권고한 정도다.
안락사 논쟁은 닉린슨씨가 지방법원에 자신의 안락사를 도와주는 의사를 살인죄로 처벌하지 않도록 보장하라는 소송을 내면서 촉발됐다. 닉린슨씨의 아내 제인은 "남편은 수십 년 전이었다면 죽었겠지만, 현대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생명은 부지할 수 있게 됐다"며 "의료기술에 의지해 숨만 쉴 뿐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술이 발전하는 것처럼 법도 그에 맞춰 달려져야 한다"며 "남편이 자신의 죽음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 자치권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안락사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문제는 취약한 사람이나 장애인, 노인 등 아픈 사람들이 가족과 다른 사람에게 부담이 될까 봐 생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달 초 법원은 법적 논란이 있지만 관련 법을 검토해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그러나 닉린슨의 요청은 살인에 관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의회가 다뤄야 할 문제라며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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