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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털 없는 원숭이'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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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털 없는 원숭이'라는 책

입력
2012.03.1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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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1총선 공천 모습을 보며 궁금한 게 많다. 정치 교과서라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을 보면 좀 해소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은 권력을 잡은 사람들의 '당위론'의 문제인 듯하여 나중에 12ㆍ19 대선 이후에 관심을 기울여도 될 만하다. 그렇다면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는 어떨까. 결론을 유보한 상황판단 논리는 궁금증만 더 키울 듯하다. 영국 동물생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1928~ )의 에 눈길이 간다.

■ '원숭이들은 (새 강자를 만나게 되면)공격 충동과 도피 충동 사이에서 격렬한 갈등을 겪다가 야릇하고 엉뚱한 행동을 보이게 된다. 필사적으로 대항하거나 달아나고 싶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기 때문에 다르게 감정을 표출한다. 그 동작은 기묘할 만큼 부자연스럽고 불완전하다. '전이(轉移)행동'이다. 위협적 자세를 취하거나 제 몸을 긁고 혀로 핥기도 한다. 괜스레 하품을 하거나 갑자기 집을 수리하려 들기도 한다'(문예춘추사 번역본 198~201p 발췌).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세론과 야권의 친노ㆍ진보 현실론에 부대껴 오랫동안 같은 텃밭에서 뒹굴던 정치인들이 공천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에 직면했다. 그들은 '(새로운 강자에 대해)공격하느냐 달아나느냐'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필사적인 몸부림이지만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 부자연스럽고 불완전한 '전이행동'을 드러낸다. 당장 위협적 자세를 취하는 A씨 등, 제 몸을 핥거나 긁는 B씨 등, 하품하며 집수리나 하겠다는 C씨 등, 전형적 모습들이다.

■ 모리스는 인간사회를 원숭이집단에 비유한 것에 대단히 송구스러워 하면서 동물의 본능적 행동을 빈틈없이 재현하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전하고 있다. 결론으로 '인간의 본성과 한계를 인정하자'고 주장하면서, 벼락부자들처럼 자신의 구질구질한 내력에 전전긍긍해 하지 말고 '자연적 현상을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서 '털 없는 원숭이'를 연상하게 된 점이 대단히 송구하지만, A B C씨 등은 그 사례에 너무나 유사하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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