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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험대에 오른 시민운동의 정치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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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험대에 오른 시민운동의 정치 진출

입력
2012.03.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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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시민사회 운동의 정치참여가 이번 선거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야권이 특히 그러하다. 시민운동이 정치세력화되어 민주통합당의 한 축이 되었다. 과거에도 재야인사나 시민운동가의 정치참여가 있었다. 현재 야당의 대표만 해도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하지만 시민운동이 직접 정치단체로 탈바꿈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시민운동의 대표주자가 대한민국 수도의 시장이 되기도 했다. 또한 시민사회가 범야권의 선거연합을 성사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시민운동의 대폭적인 정치참여가 총선에서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두고 봐야겠지만 그것 말고도 중요한 점이 있다. 시민사회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대중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시민운동 내에서 이 점을 놓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찬반 양론이 있다. 현실론과 명분론이 대립하고, 정치참여의 효과에 대한 예상이 갈리고, 시민운동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흔히 국가, 시장, 시민사회가 나뉘어져 있다고 설명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유형화는 도식적인 구분일 뿐이다. 실제로 이들 영역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서로 갈등하거나 협력하면서 지낸다. 또한 시민운동 내에서도 현실정치 이슈에 깊게 개입해온 단체들이 꽤 있다. 정치에 대한 영향력이 작지 않은 존재들이다. 이들은 정당 정치와 언론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발생한 민주주의의 결손을 채우는 역할을 해 왔다. 또한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 출신의 일부 엘리트들이 정치권으로 수렴되어 온 우리의 전통도 무시할 수 없다. 비유하자면 금융권에도 은행 외에 제2금융권이 있듯이, 정치권에도 정당 외에 제2정치권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정치와 시민사회의 특징이다. 서구는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일본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외국의 연구자들이 신기하게 생각하는 특성이고, 해외에서 수입한 규범적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시민운동의 정치참여를 비판하는 시각에는 진보-보수의 관점도 섞여 있지만, 그보다 시민사회는 정치와 구분되어야 한다는 원론적 관점이 더 강하게 깔려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론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역사적 뿌리를 가진 현실을 부정할 순 없다. 오히려 정치권으로의 진출을 객관적 현실로 인정하면서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독자성을 유지할 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을 위해 정치와 시민운동을 서로 다른 정당성 기준으로 평가하는 관행이 자리 잡아야 한다. 다 알다시피 정치는 공식적이고 법적인 대표성의 원칙으로 작동한다. 선거를 통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치인은 국민으로부터 정당한 권력을 수임 받은 대표로서 행동하고 결정한다. 일단 선출되면 자기를 뽑아 준 지지자뿐만 아니라 모든 유권자의 대표로서 공적인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하지만 시민운동은 다르다. 선거를 통한 공식적 대표성으로 평가할 수 없다. 스스로 내세우는 고유한 가치, 활동의 투명성, 자기 단체 지지자들에 대한 책임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면 된다. 이렇게 본다면 시민운동의 정치참여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정치와 시민사회의 정당성 판단기준이 뒤섞일 때 문제가 된다. 시민운동을 할 때엔 정치인과는 달리 자신이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특정한 가치를 중점적으로 내세우는 게 당연하다. 그런 뜻에서 시민운동은 지금보다 더 예리하고 더 철저한 신념윤리에 입각해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넥타이 매고 정치를 한다면 전혀 다른 차원의 공적 논리와 책임윤리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시민운동의 가치를 잊지 말되 때로는 타협도 하고 때로는 마키아벨리의 악역을 맡을 각오를 해야 한다. 정치를 할 바에는 정치적으로 평가 받겠다는 자세가 기본이다. 시민운동가의 정치참여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다. 다만 활동영역이 달라지면 정당성의 판별기준이 달라짐을 명심해야 한다. 이 점만 확실히 구분하면 정치도 살고 시민운동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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