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38∙KCC)이 정든 코트를 떠난다.
KCC는 13일 "추승균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은퇴 기자회견은 15일 서울 서초동 KCC 본사에서 열린다. 은퇴 후 진로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997~98 시즌 KCC의 전신인 현대에 입단한 추승균은 15년간 줄곧 한 팀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따라서 KCC는 떠나는 영웅을 성대하게 보내줄 계획이다. KCC 관계자는 "추승균의 등번호 4번을 영구결번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영구결번 거행 시기는 다음 시즌 개막전에 할 지 그 전에 할 지 논의 중이다. 우리는 철저하게 본인 의사를 존중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추승균은 이상민의 뒤를 이어 KCC의 전설로 남게 됐다. 이상민의 등번호 11번은 지난 시즌 전주 홈 개막전에서 영구결번식을 진행했다. 프로농구 통틀어서는 9번째 영구결번이다. 앞서 김현준(10번∙삼성) 김유택(14번) 우지원(10번∙이상 모비스) 허재(9번∙동부) 전희철(13번) 문경은(10번∙이상 SK) 이상민 김병철(10번∙오리온스) 등이 영구결번을 남겼다.
추승균의 영구결번 의미는 크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이래 한 팀에서 뛰며 프로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챔피언 반지 5개를 꼈다. 현대 시절 이상민과 조성원, 외국인 선수 조니 맥도웰과 함께 1997~98, 1998~99 두 차례 우승을 맛봤다.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 뒤에서 묵묵히 궂은일을 했기 때문에 '소리 없이 강한 남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빼어난 수비도 인정 받아 '수비 5걸상'을 7번이나 받았다.
KCC로 간판을 바꾸고 나서는 2003~04, 2008~09, 2010~11 세 차례 정상에 올랐다. 또 기복 없는 활약으로 서장훈(LG)에 이어 통산 2번째로 정규경기 통산 1만점을 달성했다. 15시즌 통산 성적은 738경기 1만19점(2위) 1,715리바운드(15위) 2,066어시스트(8위) 552스틸(13위).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며 간접적으로 은퇴 의사를 내비쳤던 추승균은 팀의 6강 플레이오프 탈락과 함께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나면 주축이던 하승진과 전태풍이 팀을 떠난다. 하승진은 군 복무를 해야 하고, 전태풍은 '한 팀에서 3년을 뛰면 다른 팀으로 옮겨야 한다'는 혼혈 선수 규정에 탓에 떠나야 한다. 따라서 KCC의 리빌딩은 불가피했다. 이에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자 은퇴 결정을 내렸다.
추승균을 신인 때부터 8년간 지도해온 신선우 프로농구연맹(KBL) 기술위원장은 "말이 필요 없는 선수였다. 뭐라 하지 않아도 본인이 알아서 운동을 성실히 할 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며 "은퇴를 아쉬워하기보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좋은 일을 많이 마주할 수 있으니 축하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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