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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재정제재 잣대는 약소국에만 엄격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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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재정제재 잣대는 약소국에만 엄격 '빈축'

입력
2012.03.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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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이달 초 진통 끝에 출범시킨 신재정협약이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재정감축 목표치 준수를 거부한 스페인엔 예외를 인정한 반면, 스페인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헝가리엔 제재를 밀어붙일 태세여서 이중잣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는 12일(현지시간) 정례회의에서 스페인이 약속했던 올해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변경하는 것을 일부 허용했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당초 올해 재정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4%로 낮추기로 했는데, 적자 폭을 5.3%로 올려준 것이다.

3일 영국과 체코를 제외한 EU 25개 회원국이 공식 서명한 신재정협약에 따르면 각국은 누적 공공채무가 GDP의 60%, 당해연도 재정적자가 GDP의 3%를 넘지 못하게 하는 ‘황금률’을 법규에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자동적으로 제재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규정대로라면 약속을 어긴 스페인에 제재조항이 적용돼야 하지만 EU는 예외를 인정했다.

EU가 한발 물러선 것은 스페인 정부의 배짱 때문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2일 “올해 재정적자 비율을 5.8%로 잡고 예산을 편성하겠다”며 EU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경기침체가 심각해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EU가 허용한 감축 목표치는 5.3%”라며 “스페인 정부는 0.5%포인트 추가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요구(5.8%)를 다 들어주지는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나 특혜를 준 것만큼은 분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재정적자 목표치를 수정해 달라는 스페인의 주장이 EU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EU는 역내 약소국인 헝가리에는 재정감축 계획이 미흡하다며 제재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EU가 내년 1월 헝가리에 4억9,500만유로의 유럽개발기금을 지원하려던 계획을 1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헝가리가 새로운 자구 노력을 취하지 않을 경우 내년 재정적자가 GDP의 3.6%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EU 관계자는 “이미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어 재정적자 감축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 스페인과 달리 헝가리는 개발기금 지원을 미룬다고 해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EU가 스페인의 예외를 용인했다는 점에서 회원국들이 너도나도 긴축안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네덜란드는 추가 긴축 없이 올해와 내년도의 재정적자 비율을 GDP 대비 4.5%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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