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라도 교실에 CCTV를 설치하는 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문의에 대해 이런 답변을 하고 "교실 내에는 CCTV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문을 냈다. CCTV로 인해 교실 내에서 생활하는 모든 학생과 교사들의 모든 행동이 촬영되고, 지속적 감시에 의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자유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의 주문은 교육 현장에서 원칙과 현실의 간극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인권위의 판단과 주문이 이견을 달 수 없을 만큼 옳은 원칙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스스로 삶을 버리는 사고가 잇따를 정도로 학교폭력 문제가 절박한 현실에서 원칙론을 곧이곧대로 따르는 게 바람직한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얘기다.
인권위도 당연히 그런 고민을 했다. 인권위는 학생 30% 이상이 교실 내 범죄를 경험했다는 형사정책연구원 조사 등을 인용해 CCTV 설치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했다. 다만 인권 원칙 외에, CCTV를 설치할 경우 범죄가 교실이 아닌 다른 장소로 전이될 개연성, 교사의 범죄예방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CCTV 설치 못지않게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여지를 들어 CCTV 설치 반대 권고를 낸 것이다. 애초에 CCTV 설치 주장이 교사 모니터링의 현실적 한계 때문에 나온 점을 감안하면 인권위의 대안은 어쩔 수 없는 산물로 보인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의 경우처럼 원칙론이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교조화할 경우 교육 현장은 더 혼선과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우리는 학교폭력과 '왕따'를 막는 데는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과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해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인권위의 결정을 토대로 교실을 제외하고 CCTV 확충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런 후에도 필요성이 다시 제기된다면 학교 구성원들의 자율적 합의 하에 CCTV 교실 설치 여부를 논의해 결정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